경기 연천의 재인폭포는 포천의 비둘기낭 폭포와 함께 한탄강 현무암 협곡에 형성된 대표적인 폭포다. 재인폭포는 북쪽 지장봉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약 18.5m 아래 절벽으로 시원스럽게 쏟아진다.
경기도 북부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연천은 용암이 만들어낸 주상절리와 폭포가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또한 삼국시대부터 치열했던 세력 다툼의 각축장이 됐던 곳이다. 고구려는 임진강 변에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 등 10여 개의 성을 쌓았고,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릉도 연천에 있다. 임진강 변 주상절리 절벽 위에 세워진 고구려성 주변엔 가을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만발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 근교 나들이에 맞춤이다.
●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재인폭포
당포성에서 바라본 임진강.
한탄강 하류인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재인폭포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지질공원 내에 있는 대표적인 폭포다. 제주 천지연 폭포처럼 높은 절벽 위에서 쏟아지는 물이 그야말로 장쾌하다. 검은빛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깊은 소(沼)와 에메랄드빛 폭포수가 어우러져 아늑하고 신비한 느낌을 준다. 포천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가 비둘기 둥지처럼 아늑하다면, 연천 재인폭포는 18.5m 높이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절벽의 주상절리가 그야말로 ‘쭉쭉빵빵’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폭포에서 약간 떨어진 길이 80m의 출렁다리에서 감상하는 것이다. 폭포의 정면에서 공중에 떠서 보는 시각이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약간의 출렁거림을 참으면서 카메라를 쥔 손이 흔들리지 않도록 폭포를 촬영할 수 있다.
출렁다리 위에서 ‘재인폭포(才人瀑布)’라는 이름의 유래를 생각해 본다. 옛날에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이 있었는데, 고을의 원님이 그의 부인을 탐했다. 원님은 재인에게 이 폭포 위에서 줄을 타는 재주를 보이게 하던 중 줄을 끊어 재인이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후 원님은 재인의 부인에게 수청을 들게 했으나, 부인은 원님의 코를 물어뜯은 뒤 혀를 깨물고 자결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고, 마을의 이름도 절개 굳은 코문이(재인의 부인)가 살았다 해서 코문리로 부르다가 후일 고문리가 되었다고 한다. 재인은 폭포를 가로지르는 외줄 위에 올랐지만, 현재의 나는 튼튼한 강철 케이블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서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되새겨 본다.
세 번째 포인트는 출렁다리를 건너서 데크길을 따라 300m 정도 걸어 폭포 아래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데크길 끝에서 재인폭포의 위용을 감상하고, 머리 위를 지나가는 출렁다리와 계곡 절벽을 장식하는 현무암 주상절리를 감상한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쪼개짐이 발생해 만들어지는데 보통 5∼6각형 기둥 형태를 이룬다.
재인폭포 뒤편에는 약 160m 길이의 선녀탕 산책코스가 있다. 폭포의 물이 어디서 내려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갔다는 전설이 있는 ‘폭포호’의 맑은 물빛과 소리가 청명한 느낌을 주는 산책길이다.
● 고구려성에 피어난 해바라기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폭포 등이 웅장하게 펼쳐진 현무암 협곡 지역이다. 대부분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나타나지만 이곳의 현무암 주상절리는 강 주변에서 볼 수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이다. 임진강 주상절리.
고구려는 임진강의 적벽 위에 성을 쌓기도 했다. 그중에 임진강이 크게 굽어 흐르면서 강물의 흐름이 느려져 쉽게 강을 건널 수 있는 여울목을 수비하는 고구려성이다. 높이 20여 m 절벽 위 삼각형 모양의 땅에 지어진 성이다. 당포성이 강에 접해 있는 두 면은 자연 성벽 역할을 하는 주상절리 절벽이기 때문에 별도의 성벽을 쌓지 않았다. 평지로 연결된 동쪽에만 현무암을 이용해 높고 견고한 성벽을 쌓았다.
당포성 ‘나 홀로 나무’.
경기 연천군 장남면을 흐르는 임진강은 5∼7세기 삼국시대 세력 다툼의 각축장이었다.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를 견제하기 위해 임진강을 방어선으로 삼았다. 고구려 남하에 대비한 백제와 신라로서는 한강 이북 국경이었다. 그만큼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도 굽이치는 임진강은 남북 간 경계선을 치달린다.
연천군 호로고루성 일대의 해바라기.
연천군 호로고루성의 하늘계단.
연천 가볼 만한 곳
전곡리 유적지에서는 고려 인삼축제(10월 7∼9일), 국화전시회(10월 14∼29일), 연천 율무축제(11월 10∼12일)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밤에 재인폭포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조명쇼를 하는 ‘오르빛 미디어파사드’ 공연은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진행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