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윳값 10주째↑…물가상승 압력 국내외 기관, 내년 韓 성장률도 하향조정 성태윤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진행 중”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수출이 11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한 우리 경제에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윳값이 10주 연속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무역수지는 수입이 수출보다 감소하면서 석 달째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에 상반기 성장률(0.9%)의 2배를 달성할 거라는 정부의 전망 앞에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다.
17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원유 가격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4일(현지시간) 기준 90달러를 넘어섰다. WTI가 9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 11월7일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93.70달러에 마감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11월15일 이후 최고가다.
여기다 중국발 경기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등 대내외 악재가 걷히지 않으면서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유지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국제유가 불안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국제유가 상승과 계절적 요인 등에 따른 변동성은 있지만, 물가 상승세 둔화 기조가 유지되면서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2%대로 둔화했던 물가는 지난달 전년보다 3.4% 상승했다. 정부는 9월까지 물가가 3%대를 기록한 후 10월부터는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정부도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음을 전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물가·민생점검회의에서 “올해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하향 안정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제유가 상승 등 일부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한순간도 경계심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유가가 고공행진하자 10월까지 2개월간 추가로 인하 조치를 연장했다.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조치와 달러 약세 등이 겹치면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추가 연장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악재 가운데 국내외 평가기관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 둔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 중 2곳은 지난달 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에서 1.7%(씨티), 2.3%에서 2.0%(바클레이스)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p) 낮춘 2.2%로 수정해 발표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한 내년 경제 성장률 2.4%를 밑도는 수치들이며, 일부는 2%를 밑돌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연례협의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내년 우리나라에 추가적인 경기 하방 압력이 있을 거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수출 자체가 여전히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경기 부진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의 2배일 거라는 건 대비한 숫자일 뿐 전혀 의미 없는 얘기다. 경기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