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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인공 망막’의 시각 효과 입증할 시스템 개발

입력 | 2023-09-18 03:00:00

KIST 연구팀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
눈에서 뇌로 신호 보내는 과정 구현
동물 실험 없이 세포 실험으로 검증



KIST 연구팀은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이 든 스페로이드로 동물 임상을 거치지 않고도 신호의 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사람의 눈과 같은 수준의 시각 기능을 가진 ‘인공 망막’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재헌 송현석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김홍남 뇌융합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 등이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17일 밝혔다.

불의의 사고 혹은 황반변성, 당뇨병 등 망막 질환으로 시각이 손상된 이들에게 인공 망막은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줄 빛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인공 망막 기술의 효과를 입증하는 과정이 만만찮다. 인체에 적용하기 전 동물 임상 과정에서도 많은 비용이 든다. 인공 망막 기술 검증을 위한 실험 동물의 행동 변화가 시각 정보 변화 때문인지 냄새나 소리 등 시각 외 감각 정보 때문인지 분별하기도 쉽지 않다.

연구팀은 동물 임상 전에 미리 시각신호의 전달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람의 눈이 빛을 감지한 뒤 시신경을 통해 뇌로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모사한 시각신호 전달 모델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망막에 맺혀 상을 형성하면 시신경은 이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 이때 사물의 색과 명암을 구별하는 것이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다.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의 세 가지 색감을 구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간상세포는 명암을 구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게 인공 망막 기술 개발의 핵심이다. 하지만 생존력이 약한 신경세포가 광수용체 단백질이 발현되기 전 기능을 잃거나 죽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색과 명암을 구별할 수 있는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이 든 스페로이드를 만들었다. 스페로이드는 세포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구를 형성한 세포 덩어리를 말한다. 이 스페로이드와 뇌를 모사한 일반 신경 스페로이드를 연결해 인공 시신경에서 인공 뇌까지 신경 전달이 확장되는 과정을 현미경을 통해 포착했다. 세포 실험만을 이용한 모델로 동물 임상을 거치지 않고도 시각적 신호의 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IST 연구팀은 해당 모델을 활용한 시각 질환 치료용 테스트 키트를 구상 중이다. 나아가 사람의 망막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