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구팀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 눈에서 뇌로 신호 보내는 과정 구현 동물 실험 없이 세포 실험으로 검증
KIST 연구팀은 인공 광수용체 단백질이 든 스페로이드로 동물 임상을 거치지 않고도 신호의 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사람의 눈과 같은 수준의 시각 기능을 가진 ‘인공 망막’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재헌 송현석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김홍남 뇌융합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 등이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17일 밝혔다.
불의의 사고 혹은 황반변성, 당뇨병 등 망막 질환으로 시각이 손상된 이들에게 인공 망막은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줄 빛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인공 망막 기술의 효과를 입증하는 과정이 만만찮다. 인체에 적용하기 전 동물 임상 과정에서도 많은 비용이 든다. 인공 망막 기술 검증을 위한 실험 동물의 행동 변화가 시각 정보 변화 때문인지 냄새나 소리 등 시각 외 감각 정보 때문인지 분별하기도 쉽지 않다.
연구팀은 동물 임상 전에 미리 시각신호의 전달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인공 시각회로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람의 눈이 빛을 감지한 뒤 시신경을 통해 뇌로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모사한 시각신호 전달 모델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망막에 맺혀 상을 형성하면 시신경은 이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 이때 사물의 색과 명암을 구별하는 것이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다.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의 세 가지 색감을 구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간상세포는 명암을 구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게 인공 망막 기술 개발의 핵심이다. 하지만 생존력이 약한 신경세포가 광수용체 단백질이 발현되기 전 기능을 잃거나 죽는 문제가 있었다.
KIST 연구팀은 해당 모델을 활용한 시각 질환 치료용 테스트 키트를 구상 중이다. 나아가 사람의 망막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시스템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