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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발암물질 70종 공개’ 오늘 법사위 논의

입력 | 2023-09-18 03:00:00

[담배 이제는 OUT]
현재 니코틴-타르 2종만 함량 공개
美선 93종… 116개국서 성분 공개
10년만에 ‘유해성 관리법’ 통과 유력… 통과 이후에도 공개방법 등 과제로



국내 판매 중인 담뱃갑에 적힌 경고문에는 유해 물질 8종을 표기하는데, 이 중 타르와 니코틴을 제외하고는 함량도 명시하지 않는다.


담배 속 유해 성분을 공개하도록 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회부된다. 유해 성분 공개를 관리할 주체가 보건복지부가 돼야 할지, 기획재정부가 돼야 할지를 놓고 치열했던 공방이 정리된 만큼 이번에야말로 10년을 끌어 온 논쟁의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사위 문턱을 넘어설 경우 본회의까지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 현재 8종만 공개, 함량 표기는 2종뿐


17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한 개비에는 4000종이 넘는 유해 화학 물질이 함유돼 있다. 발암 물질로 범위를 좁혀도 최소 70종이다. 한국은 이 중 나프틸아민과 니켈, 벤젠 등 8가지 물질만 공개하고 있다. 그나마도 함유량까지 공개하는 건 니코틴과 타르, 단 2개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가공식품 등은 영양정보와 원재료를 포장지 등에 공개한다. 직접 먹거나 들이마시지 않고 피부에 바를 뿐인 화장품조차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포장지에 빼곡하게 적도록 돼 있다. 하지만 유독 담배에 대해서만 성분 공개 규정이 관대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담배 속 유해 성분 공개는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하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각국 정부가 담배에 포함된 성분을 측정하고 공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116개국은 담배 성분을 의무적으로 공개한다. 우리나라도 2005년 FCTC 비준을 완료했지만 아직 관련 조치가 없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담배 회사들로 하여금 자사 제품 속 유해 물질 93종의 함량을 측정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담배 회사가 첨가물을 첨가한 ‘목적’까지 밝혀야 한다.



● 부처 간 이견 해소… “안심 일러” 우려도


담배 유해 성분 관리 법안은 2013년 19대 국회에서 최초 발의됐으나 보건복지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됐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 내용을 기획재정부 소관의 ‘담배사업법’에 담을지, 보건복지부 소관의 ‘국민건강증진법’에 담을지를 놓고 의원들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논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담배 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담배사업법에 담배 규제 조항을 넣는 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따라 기재부가 양보했다. 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준비해 온 법안이 18일 법사위에 오르게 됐다.

이렇듯 가장 큰 쟁점이 해소된 만큼 담배 유해 성분 공개가 눈앞에 왔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법사위 특성상 위원 중 한 명만 반대 의사를 표명해도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배 유해 성분 공개가 번번이 좌절된 데는 담배 업계의 로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유해 성분 공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이번에도 좌절되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진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바로 담배 속 모든 성분이 담뱃갑에 빼곡하게 적히게 되는 건 아니다. 이 법의 골자는 담배회사가 제품 속 유해 성분을 외부 검사기관을 통해 측정받고, 그 결과를 보건 당국에 제출하게 하는 것이다. 성분 측정 대상이 되는 유해 물질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공개 방법은 어떻게 할지 등은 보건 당국이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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