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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흉악범죄, 치안 시스템 조정해야[기고/이병종]

입력 | 2023-09-18 00:45:00

이병종 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잇따르는 무차별 흉기 난동과 강력 범죄로 인해 경찰이 초비상이다. 여기에 연이은 모방 범죄들까지 예고되면서 국민과 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앞서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범인이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한 사람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얼마 전 서울 신림동의 등산로에서는 대낮에 한 남성이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하여 피해자가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범죄 현상의 학습 효과인지 모방 범죄마저 전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하철, 고속버스터미널, 야구장, 공항, 학교 등을 대상으로 모방 살인 예고 글들이 온라인에 줄지어 올라와 경찰이 이를 추적해 검거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경찰은 ‘특별치안 활동’을 선언하고 일선 경찰관을 다중밀집지역 등에 배치하고, 일부 지역에는 장갑차까지 동원했다. 그만큼 최근 치안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경찰은 범죄를 예방하고 실행된 범죄에 대해 수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범죄란 범죄 행위의 욕구와 범행할 기회가 있고 범죄로 인한 이익이 체포될 위험성을 능가할 때 대개 이루어진다. 범죄 기회를 차단하고 범죄 실행 시 범죄자를 확실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면 범죄는 감소한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경찰의 순찰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순찰은 자동차 순찰과 도보 순찰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와 도보 순찰은 지역 특성과 시간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여 운용하고 우범지역, 다중밀집지역, 감시 소홀 지역에 대한 순찰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 경찰의 지구대, 파출소, 치안센터 근무 경찰관의 고령화와 근무 인력이 감소하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된 것이 사실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최근 수사 인력이 부족해지자 치안 인력이 수사 부서로 보내지면서 치안 인력이 더 부족해졌다. 이런 상황이 오래 방치돼서는 안 된다. 경찰 구조 조정을 통해서 부족한 일선 치안 인력을 보충하고 일선 경찰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범죄 진압에 어려움을 겪자 ‘지역사회 경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 경찰 활동은 범죄의 완전 예방은 경찰의 힘만으론 이뤄낼 수 없다는 인식하에 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 경찰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이 강력 범죄에 대항하여 물리력을 행사할 때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경찰도 범인 제압에 권총과 테이저건을 쓸 수 있으나 책임을 추궁당할까 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실정이다.

강력범을 적시에 제압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물리력을 사용한 경우 시민의 정당한 방위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경찰이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경우 최대한 면책해줘야 한다. 오늘날 사회가 복잡해져 다중밀집지역이 늘어나고 범죄가 흉포화되면서 경찰 혼자서 순찰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럴 때일수록 경찰은 순찰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및 시민과 함께 하는 경찰 활동을 더 마련하고, 시민과 지역사회도 경찰 활동에 더욱 협력해야 한다.





이병종 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