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불출마를 공개 요구한 이는 ‘40년 지기(知己)’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다. 그는 지난주 “3년 전 도널드 트럼프(77)의 재선 저지가 바이든의 큰 업적인데, 출마했다가 지면 물거품이 된다”는 취지의 칼럼을 썼다. 사석에서 수군거릴 이야기를 워싱턴 정치에서 공론화한 순간이다. 바이든 지지를 사설로 밝혀 온 뉴욕타임스도 향후 기후변화 정책을 다루면서 “두 번째 임기가 있다면(if he gets one)”이란 표현을 큰 제목에 넣었다. 100% 출마할 것으로 본다면 쓰지 않았을 표현이다.
▷밋 롬니 상원의원(76)의 불출마 선언도 나왔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은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그는 바이든과 트럼프 후보에게 자신과 함께 정치를 떠나자며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주문했다. “(우리 같은) 80대 정치인은 인공지능 기후변화를 정확히 이해 못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젊은 나라다. 미국인 3억4000만 명을 한 줄로 세울 때 중간에 해당하는 나이는 39세로, 한국(43세) 일본(49세)보다 젊다. 하지만 유독 정치에는 고령자가 많아 유권자의 불만이 나오곤 한다. 미국 상원의원 평균 나이는 64세로 한국 국회의원 58세보다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겉으론 재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하고,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하지만 누가 그 속마음을 알까. ‘나는 트럼프를 이길까, 내가 불출마하면 누가 민주당 후보일까. 그는 트럼프를 꺾을까….’ 현직 대통령이 존재하는 민주당에선 대선 도전의 뜻을 밝힌 유력 정치인이 사실상 전무하다. 바이든이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경선 일정을 고려할 때 연말 이전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는 바이든의 결심이 최대 관심거리가 되는 길로 이미 접어들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