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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판결로 職을 잃은 선출직이 바로 그 補選에 나온 적은 없다

입력 | 2023-09-18 01:20:00

17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오른쪽)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자리에 앉아 당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전 구청장 오른쪽은 김진선 서울 강서 병 당협위원장.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당내 경선을 통해 다음 달 11일 실시되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국민의힘 후보로 결정됐다. 이번 선거는 5월 김 전 구청장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실시된다. 법원 판결로 자리에서 물러난 선출직 공직자가 사면복권을 받아 바로 그 보궐선거에 공천을 받고 출마한 건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 전 구청장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비위 첩보 등을 폭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2021년 1월 김 전 구청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수사기관 고발이나 감사원 제보 등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언론에 첩보보고서를 제공해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여당은 지난해 6·1지방선거 때 김 전 구청장을 공천했다. 이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원심이 유지되면서 김 전 구청장은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직을 잃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김 전 구청장이 확정판결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그를 복권시켰다. 보궐선거에 출마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김 전 구청장은 “조국(전 민정수석)이 유죄면 저(김태우)는 무죄”라고 했다. 공익제보자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처벌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도 “불법 사실을 공익제보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이 얼마나 왜곡·편향됐는지 확인해 주는 일”이라며 김 전 구청장을 감싸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김 전 구청장이 비밀을 누설했을 뿐 아니라 대검 감찰 과정에서 골프 접대, 향응 수수도 드러났기 때문에 공익제보자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의 김 전 구청장 재공천에 대해선 “보궐선거를 만든 장본인을 재공천한 일은 전무후무하다” “무책임과 몰염치의 극치다” 같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재판 중인 김 전 구청장을 공천했을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 재판 결과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 만큼 원인 제공자를 공천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명분을 찾기 어렵다. 선거 결과를 떠나 이런 비상식적인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정치적 책임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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