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광풍에 바뀐 SKY 합격선] 尹정부 들어 첨단학과 정원 확대 “MZ세대에 미래 비전 보여줘야”
서울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과 2학년인 A 씨는 올해 휴학하고 재수종합학원에 등록했다.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학과 공부가 적성에 맞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는 “같은 학과 선배들을 봐도 취업이 쉽지 않다. 박사를 할 것도 아니고 창업은 맨땅에 헤딩”이라며 “지금 좀 힘들어도 의대에 가면 미래가 보장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열풍이 장기화되면 국내 이공계 인재 양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공계열 학생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 못해 학생이 중도 이탈하면서 뛰어난 인재를 키울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졸업 후 잘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공계가 졸업 후 성공한 케이스가 많으면 좋은데 그게 아닌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내에서는 아직 문제 인식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1학년 중간에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여 속이 상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또 와서 채운다”며 “(의대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메이저 대학은 이공계열 인력 공급 체계가 무너질 수준이라는 고민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