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경기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초임 교사 2명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6개월 사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와 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개인 정보가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1편 ‘페트병 갑질 학부모’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며 “2016년 임용된 교사가 2021년 12월 8일 새벽 스스로 몸을 내던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계정 운영자 A 씨는 “선생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억울한 거 모두 밝혀드리겠다. 학교에선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다. 이영승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자. 도와 달라”며 한 학부모와 그의 아들의 실명, 사진 등을 공개했다. 그는 이들이 이영승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두 사람의 신상을 공개한 또 다른 SNS 계정도 등장했다. 이 계정 운영자는 아들의 과거 사진과 현재 모습, 재학 중인 대학교를 폭로했다. 그는 이 대학교에 찾아가 ‘학교 먹칠하지 말고 군대 가고 자퇴해라’, ‘살인자의 아들’, ‘선생님을 극단적 선택으로 고인이 되게 만든 악녀의 자식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그 학생은 자퇴하길 바란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두고 촬영한 사진도 올렸다.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고(故) 이영승(당시 25) 교사는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영승 교사의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 손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고, 수업 도중 발생한 사고이기에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계속됐고, 학교는 입대한 이영승 교사에게 책임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승 교사는 휴직하고 군 복무를 하던 중에도 학부모의 민원 연락을 받아야 했다.
계정 운영자는 한 학생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는 “수술한 손가락인지 좀 보자”고 적기도 했다.
이 같은 SNS 계정의 등장에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는 이유로 사적 제재를 합리화하고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 사건과 무관한 이들이 가해자로 잘못 지목돼 피해를 보기도 했다.
교육 당국이 제기된 모든 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경기지역 5개 교원단체는 성명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 민원으로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심각한 사건인데 축소 보고가 의심된다”며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