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도배를 시작한 지 어느덧 만 4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도배 기술의 성장, 작업 결과에 대한 책임감의 변화, 팀에 속해 있다가 나만의 팀을 꾸리게 된 점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일당을 받던 내가 이제는 일당을 주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현재 팀원 3명의 일당을 책정하고 지급하는 위치가 되었다.
건설 현장에서 아파트 한 동을 책임지고 작업하는 동반장은 건설사로부터 작업량에 따른 공사 비용을 받는다. 동반장은 그 총 공사 비용에서 팀원들의 급여를 주고 나머지 금액을 가지게 된다. 내가 직접 팀원들의 일당을 정해 지급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었는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팀원들에게 각각 얼마씩을 주어야 할까, 언제 일당을 올려 주어야 할까. 도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마주한 고민들이었다.
도배는 정해진 급여 체계 없이 암묵적으로 처음 일을 배우는 초보자에게 일당 8만 원을 주고 있다. 물론 그보다 적게 주거나 많이 주는 팀도 있지만 대부분 8만 원에서 시작하고, 많은 경우 석 달에 한 번 정도 일당 1만 원씩이 오른다. 나도 일당 8만 원에서 시작했지만, 1만 원이 더 오르기까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오래 걸려서 6개월 후에야 비로소 9만 원을 받았다.
막상 일당을 주는 입장이 되어 보니 일당 1만 원 차이에는 단순히 금전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배사들은 왜 암묵적으로 이 금액을 일당으로 책정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동시에 그 약속을 혼자서 깨게 되면 어떻게 될지 고민했다. 다른 팀보다 일당을 많이 주는 것이 좋기만 한 건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규칙을 무조건 따르는 게 맞는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실력과는 무관하게 일당을 처음부터 많이 주거나 혹은 빠르게 올려 주는 것이 과연 받는 사람의 동기부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일당 1만 원이 오를 때까지 버티던 시간이 내게는 오기에 가까운 동기부여가 됐었기에, 혹시라도 너무 쉽게 오른 일당이 그 누군가의 목표나 동기를 약화시키지는 않을지 고민한다. 또한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높게 책정하거나 빠르게 올려 주면 다시 줄이는 것은 어려우므로, 그 다음에도 동일한 액수를 지급할 능력이 동반장인 내게 있을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에는 일당 1만 원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겨우겨우 팀원들의 급여를 정해 지급할 수 있었지만, 아마 이 고민은 다달이 계속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깊어지지 않을까. 일당 1만 원 차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