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곳 8개 품목 가격 분석
추석을 앞두고 과일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어오르면서 1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식자재가 1년 새 크게 줄었다. 지난해 8월 한 대형마트에서 10만 원으로는 사과 5개, 배 3개, 굴비 10마리(700g), 계란 한 판(30구), 돼지 앞다리살 한 근(600g) 등을 살 수 있었지만(위쪽 사진), 올해 9월 같은 돈으로는 사과 2.5개, 배 2.5개, 굴비 6마리, 계란 24구, 돼지 앞다리살 500g 등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줄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과일이랑 고기 정도만 차례상에 올리고 올해부터 전은 안 부치려고요.”
18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엄승일 씨(55) 부부는 생대추와 동그랑땡 등 추석 차례상에 올릴 식자재를 골라 담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엄 씨는 “올해 농사가 어려웠다더니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며 “10여 년간 추석에 전을 부쳐 왔는데 겸사겸사 차례 음식 가짓수를 줄일까 한다”고 했다.
여름철 불볕더위와 집중호우 등의 여파로 농산물 등의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부담이 커졌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등 명절을 앞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배(3kg)도 신고 품종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0.2% 올랐다. 이날 대형마트 과일 판매대에서 만난 이모 씨(63)는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마트, 전통시장, 온라인 판매가를 공들여 비교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차례상 예산을 20% 늘리긴 했지만 결국 예산을 초과할 것 같다”고 했다. 1년 새 냉동 굴비도 20마리 기준으로 33.6% 올라 지난해 10마리를 살 돈으로 6마리만 살 수 있다. 계란 한 판(17.7%)과 당근(22.5%)의 가격도 올라 장바구니 부담을 키웠다.
정부가 추석 명절 물가 관리를 위해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보다 5%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며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체감을 못 하는 분위기였다.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식용유도 지난해보다 10% 오르는 등 식품 전반의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공급 감소 문제가 여전해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제품들의 가격이 꺾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소고기 가격만큼은 지난해보다 낮은 상황이다. 국거리에 주로 쓰이는 소고기 사태(100g)는 지난해 5400원에서 현재 2792원으로 값이 절반가량 떨어졌다. 주부 차유숙 씨(66)는 “전통시장과 다른 대형마트 모두 돌아봤는데 고기 가격은 나름 저렴해 다소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