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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인이 존경받는 사회로… 표창 등 사회적 예우 강화하겠다”

입력 | 2023-09-20 03:00:00

[메디컬 인터뷰]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코로나 시기 기부-헌혈 등 축소돼… 봉사자 자긍심 높일 지원책 필요
우크라이나 전쟁-모로코 지진 등… 국제적 재난 상황에도 적극 지원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매일 새벽 3시에 기상해서 병원에 출근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돌아보며 밤새 일어난 일을 먼저 챙긴다. 최근 취임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의 하루다. 매주 수요일 오전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직접 진료도 하고 있다. 이곳 병원에서 매일 8시에 출발해 적십자로 향하는 일과가 새로 추가됐다.

대한병원협회장을 지낸 김철수 회장은 의사들의 네트워크도 누구보다 넓다. 이러한 인맥은 적십자 기부금 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적십자사 회장이 된 지 1개월도 안 된 시기에 벌써 하림 등 기업에서 10억 원의 적십자 기부금을 모았다. 병원 쪽에서도 2000만 원 넘게 기부금 확보를 이어오고 있다. 기부금은 인도주의 사업의 재원이 된다.

기부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이렇게 받은 기부금은 국내 재난 현장과 해외의 재난 현장의 지원금으로 나가는 소중한 국가 자산이 된다. 그는 최근에 적십자사 회장으로 처음으로 국립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과 고난에 처한 이재민을 위해 든든한 희망의 등불이 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김 회장을 10일 적십자사에서 만났다.



―어떤 일에 중심을 둘 생각인가.

“코로나19 시기 기부, 헌혈, 봉사 등 인도주의 활동이 축소된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정상으로 회복하고, 더 나아가 코로나 이전 적십자가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핵심 역량을 강화해 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이곳에 취임해서 조직에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고 느꼈다. 이곳에서 봉사하는 사람만 20만 명이 넘는다. 자원봉사를 하더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공공의료 기반 확충과 혈액사업 활성화 및 남북 인도주의 현안 해결 방안 모색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저출산 등으로 헌혈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단 한 번의 헌혈도 남을 위해 큰일을 하는 것이다. 헌혈자가 참 고마운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 그런데 헌혈하는 사람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예우하는 제도가 없다. 헌혈하는 사람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사회가 인정해 줘야 된다. 이를 위해 헌혈 관련해서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통령 표창, 총리상 등 각종 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헌혈자를 위한 공공기관 주차 시설 이용 시 주차 감면 혜택, 공공전시관 방문 시 무료 입장 등 다방면으로 고려 중이다. 헌혈의집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헌혈의집을 확충하고, 헌혈의집 시설 개선과 노후 버스 교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헌혈자의 만족도를 높이도록 하겠다.”

―환경 문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국제적인 재난, 즉 홍수, 태풍, 지진 등은 현재 환경 문제가 다 연결돼 있다.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적은 탄소배출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적십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를 설치해서 지속적인 기후 위기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2016년에 국제적십자사연맹(IFRC)과 협력해 아시아태평양재난복원력센터(APDRC)를 설립했다. 아태지역 38개국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활동, 예를 들어 이들 나라와 협력해 지역사회의 기후 위기와 재난 대응 교육, 각국 적십자사와의 경험 공유, 학계와 정책 입안자들과의 네트워킹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 문제는 유치원 때부터 교육이 들어가야 한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제2의 환경운동을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도 꾸려 나가겠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재난 지원 활동에도 중요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이재민 긴급 구호를 위해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1억5000만 원을 긴급 지원했다. 또 여진으로 지진 피해가 확산되면서 증가하는 인도적 수요에 따라 20억 원 규모의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위기 희생자와 피란민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2월 28일부터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실시했고 현재까지 총 300억 원의 성금이 답지됐다. 이외에도 올해 초부터 무력 충돌로 큰 피해를 입은 수단에 인도적인 지원(5억8000만 원)을 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시리아에도 2월 7일부터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통해 현재까지 399억 원을 모금했다. 지난달 8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하와이에도 산불 피해 지원(1억3000만원)을 이어갔다. 국민들의 인도주의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컸다. 우리도 수혜를 받던 국가에서 어려운 나라를 돕는 선진국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적십자 수장이자 의사로서 건강의 비결은.

“의사로서 건강의 비결은 특별한 방법이 없다. 그냥 하루에 적어도 1만 보 이상은 걷는다. 남들이 좋은 영양제 많이 챙겨 먹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하는데 사실 영양제는 종합비타민 한 알 챙겨 먹는 게 다다. 평소에 소식하고 채소류 많이 챙겨 먹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고기를 섭취한다.”

―국민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십자운동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시는 수많은 적십자 가족이 있다. 20만여 명의 봉사원과 청소년적십자(RCY) 단원, 300만 명의 헌혈자, 500만 명의 후원자가 있기에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이 지속될 수 있었다. 적십자를 이해해 주시고 함께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기부 봉사 등 모든 활동은 국민과 함께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난구호와 사회봉사, RCY, 안전교육, 혈액 수급 등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활성화해서 국민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