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5만원', '방사능 우려' 선물 주문 감소
긴 연휴·명절 준비 간소…상인들 "남는거 없어"
청탁금지법 선물액 상향에도 "체감 안돼"

“대목이라 조금 늘긴했는디…물가도 비싸고 오염수 방류다 뭐다, 분위기가 예전만치 좋진 않소.”
추석 명절을 아흐레 앞둔 19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대목을 맞은 시장은 연일 고공행진 하는 물가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긴 연휴에 따른 명절 준비 간소화까지 겹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어제도 왔는데 한 마리 더 얹어 주랑게”, “우리도 남는 것이 없소잉” 곳곳에선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고객과 상인 간 줄다리기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꼼꼼히 물건을 살폈지만 구매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한 주부는 빨갛게 익은 사과를 집어 들었다가 “한 상자에 5만 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다시 내려놨다.
추석을 맞아 배 60박스를 주문한 청과물 코너 상인은 팔리지 않은 채 한 켠에 쌓여있는 과일 수십 박스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밤·배·사과는 여름철 긴 장마로 지난 명절보다 가격이 1.5배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직후 대목을 앞두고 있던 수산물 시장 직격탄을 맞았다.
상가마다 상인회 차원에서 준비한 ‘방사능 검사 안전 점포’ 문구가 붙었지만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었다.
명절 선물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보리굴비 구매 주문량도 대폭 줄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순애(66)씨는 “방류 이후 ‘찝찝하다’는 이유로 명절 굴비세트 주문이 7~8건 취소됐다”며 “보통은 명절 보름 전부터 밀린 주문으로 장사를 마치고 매일 굴비를 엮기 바빴는데, 요즘은 며칠에 한 번 만 엮는다”고 토로했다.
이따금 찾는 손님들을 응대하던 한 방앗간 상인은 시끌벅적한 이전 명절과 사뭇 다른 시장 분위기를 체감했다. 그러면서 “자식들 (참기름) 준다고 줄이 이 만큼이나 섰는디, 이번엔 다들 여행 간다고 하더라고잉” 이라고 전했다.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추석 선물 가액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실제 농축산물 코너 상인들은 소비 심리 회복 기대와 달리 큰 매출 증가는 없었다고 전했다.
고양임(55)씨는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가장 저렴한 15만 원 짜리 한우세트조차 안 팔린다”고 밝혔다.
시민 김순호(42)씨는 “물가가 많이 올라 이번 명절은 지인은 생략하고 친척들에게만 선물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