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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재명, ‘그런 얘기 들었다고 해주지’… 허위증언 요구”

입력 | 2023-09-19 16:48:00

檢 “검사사칭 재판때 김인섭 최측근에 전화” 영장 적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2023.9.19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최측근에게 수차례 전화해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영장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에서 자신의 주장에 맞는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김 전 대표의 최측근 김모 씨에게 먼저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김 씨가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며 허위 증언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내용이 담긴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는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한 것과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해당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자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고 전형수 씨 등을 시켜 “국토부 협박이 있었던 것처럼 진술해 달라”고 담당 공무원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전 씨는 올 3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히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기록 유출 등 이른바 ‘사법 방해’ 의혹을 통해 이 대표의 증거인멸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의 사건 기록에 포함된 증인신문 녹취 일부를 올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영장청구서에서 “‘자신과 쌍방울과의 관련성을 진술하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 측이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고 압박한 탓에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했다고 봤다. 검찰은 영장청구서에 증거인멸 우려를 11쪽에 걸쳐 자세히 적시하면서 “‘사실대로 진술했을 경우 이 대표와 지지세력이 가할 비난과 보복이 우려된다’고 사건 관계자들이 일치해 진술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진실을 증언해 달라고 했을 뿐인데 이를 날조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회유와 협박으로 이 전 부지사의 진술까지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