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친구들이랑 같이 옷도 사고, 버스에 누구랑 앉을지도 다 생각해뒀는데….”
경기 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생 김모 양(12)은 최근 체험학습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단체 체험학습이라 특히 기대가 컸다고 했다. 김 양은 “버스가 없어 체험학습이 취소됐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갔다”며 “선생님께서는 올 가을 체험학습을 가기 쉽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고 했다.
김 양의 체험학습이 취소된 건 이른바 ‘노란버스 논란’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에는 일반 전세버스 대신 안전장치가 구비된 노란버스만 허용된다. 그런데 법제처가 지난해 10월 현장 체험학습 때도 노란버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결국 2학기가 시작되면서 일선 학교에선 ‘노란버스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증가한 체험학습 수요를 맞추려면 노란버스가 현재의 10배 수준까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란버스를 구하지 못해 체험학습이 취소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광주의 한 초등교사는 “버스가 없어서 현장 체험학습을 취소했는데 체험학습장 측이 1000만 원 가량의 위약금을 요구했다”며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위약금을 물지 않고 취소하긴 했지만 버스가 없어서 체험학습을 못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도 거세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박모 양(12)은 “서울에 있는 놀이공원을 갈 예정이었는데 취소돼 친구들과 다 같이 울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이모 씨(40)는 “아이가 수련회에서 장기 자랑을 하겠다며 몇 주 동안 준비했는데 결국 취소됐다”며 속상해했다.
정부와 여당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전세버스로도 체험학습을 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학교에선 올 가을 현장 체험학습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버스를 못 구해 체험학습을 연기했는데, 다시 일정을 잡으려 하니 학생 수백 명이 놀고 잠잘 곳을 찾기 쉽지 않다”며 “법이 통과되더라도 올 하반기에 현장학습을 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