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ea FARM SHOW] 부산 기장군 수산자원연구센터 해조류 채집-배양 등 종자은행 역할 “바다 양식장에 보낼땐 엄마된 느낌”
13일 부산 기장군 수산자원연구센터에서 만난 정서경 연구사가 최근 양식 개발에 들어간 ‘쇠미역’ 종자 배양 채묘틀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들이 씨앗 단계에서 바다 양식장으로 나가기 직전까지 자라는 일종의 ‘학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13일 오후 부산 기장군 수산자원연구센터 1층 종자배양동에서 만난 송국환 연구원은 대형 수조들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수조를 구석구석 살피며 해조류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던 송 연구원은 “이곳에서 자란 해조류들이 바다 양식장으로 나갈 때는 마치 엄마가 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 최상품 미역·다시마 양식장에 보급
2016년 설립된 기장군 수산자원연구센터는 해조류 배양수조를 갖추고 종자은행 역할을 한다. 전액 군비로 운영되는데 올해 예산은 약 15억 원에 달한다. 기장군 해역에서 자라는 미역과 다시마는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될 만큼 맛과 영양이 뛰어났다. 정부는 2007년 기장군을 ‘미역·다시마특구’로 지정하고 제품 개발 및 특허권 보호 등을 지원했다. 특히 기장 미역은 2019년 해조류로는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 수산물(ASC-MSC) 인증을 받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수산자원연구센터에선 주력 품종인 미역과 다시마의 종자를 개발 및 생산해 매년 양식어가에 보급하고 있다. 감태, 곰피, 청각, 옥덩굴, 큰열매모자반 등 다양한 해조류의 종자 생산·연구도 진행 중이다. 2020년에는 비해조류 중 처음으로 해삼 종자 배양에도 성공했다. 이 센터의 신재향 소장은 “어민들의 생산 증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종자배양동에는 최대 10t의 물이 들어가는 대형 수조가 8개, 7t 용량의 중형 수조가 8개 배치돼 있다. 또 수조에는 해조류가 부착된 사각형 모양의 채묘틀 총 1600여 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배양동을 총괄하는 정서경 연구사는 “미역 등 총 8개 품종을 키우는데, 해조류마다 배양 시기와 기간이 달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주민 요청이 많은 홍해삼 종자 연구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올해는 쇠미역 양식 도전
수산자원연구센터는 올해 ‘쇠미역’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 배추나 깻잎처럼 쌈으로 인기가 높은 쇠미역은 시중에서 같은 무게 일반 미역의 2배 가격에 팔린다.정 연구사는 “주민들이 충청지역 등에서 종자를 구매해 키우는데, 충청지역과 부산의 수온이 달라 잘 안 자라는 경우가 많다”며 “기장 해역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쇠미역 종자 연구를 시작해 현재 배양 단계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종자 연구 외에 연안 생태계 복원을 위한 바다숲 및 수산자원 산란장 조성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아카데미 강좌, 어린이 대상 해조류 체험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센터 건물 4층에는 해양수산 특화 도서관이 마련돼 있다.
부산시 차원에서도 양식 산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먼저 기장군 일광읍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 부지에 ‘스마트 양식 테스트베드’를 연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민관 협업을 통해 연간 500t 규모의 대서양 연어 양식이 진행된다. 2025년까지 생육·환경 데이터 등 어류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공유·거래하는 개방형 플랫폼과 양식 전후방산업 스마트화를 위한 지능형 허브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운영하는 수산자원연구소에선 어패류의 종자 연구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김병기 부산시 해양농수산국장은 “부산은 국내 수산식품 생산 1위이자 수산물의 약 40%가 유통되는 곳”이라며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을 핵심 축으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해양수산 선도 도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