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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李, 김인섭 측근에 ‘얘기 들었다고 해달라’ 허위 증언 요구”

입력 | 2023-09-20 03:00:00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
‘검사 사칭’ 재판 위증교사 혐의 영장
檢 “金측근 ‘내용 모른다’ 대답하자
이재명, 수차례 전화해 요구” 적시… 李측 “진실 증언해달라 했을 뿐”




검찰이 1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최측근에게 수차례 전화해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영장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에서 자신의 주장에 맞는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김 전 대표의 최측근 김모 씨에게 먼저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김 씨가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며 허위 증언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내용이 담긴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는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한 것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해당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자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고 전형수 씨 등을 시켜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던 것처럼 진술해 달라”고 담당 공무원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전 씨는 올 3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기록 유출 등 이른바 ‘사법 방해’ 의혹을 통해 이 대표의 증거인멸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의 사건 기록에 포함된 증인신문 녹취 일부를 올해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영장청구서에서 “‘자신과 쌍방울의 관련성을 진술하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 측이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고 압박한 탓에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진실을 증언해 달라고 했을 뿐인데 이를 날조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사법 방해 의혹에 대해선 “검찰이 회유와 협박으로 이 전 부지사의 진술까지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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