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굴기’] 中 과학역량, 美 넘어서 1위로 美와 이별, 되레 中에 이득 효과… 네이처 “과학계 무게중심 中으로” 中 과학역량, 산업경쟁력 무기로
중국 칭화대 연구원들이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학습해 뇌출혈 등 뇌질환을 감지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칭화대 홈페이지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서구 대학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과학계의 무게 중심은 중국으로 옮겨갔다. 중국이 앞으로 취하는 방식이 과학 전반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사이먼 베이커 수석에디터는 8월호에 게재한 ‘중국이 자연과학에서 새로운 성장세를 보여주다’는 논문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중국이 과학 강국 반열에 오른 것은 미국과 유럽 등에 진출한 해외 유학파 덕분이었다. 글로벌 과학 협력 감소는 중국 과학계에 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중국은 이를 ‘내재화’의 기회로 역이용하고 있다. 중국 유학파인 국내의 한 연구자는 “중국 정부가 과학에 더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이별이 중국 과학기술에 외려 ‘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편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변방에 있던 국가들과도 협력을 늘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중국과 공동저자 논문 증가율이 높은 지역은 중동(3.9%) 아프리카(2.9%) 중남미(2.0%)의 순으로 나타났다. 배수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원은 “경쟁 대상이 아닌 나라들을 공략함으로써 과학 영토를 확장하려는 의도”라며 “장기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인재를 키워 나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과학 냉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미국과 중국 정부는 같은 달 27일 종료되는 ‘미중 과학기술협정’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단기적인 연장으로 협정의 조건을 수정하고 강화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라며 “미국이 장기 연장을 약속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중 과학기술협정은 1979년 맺어진 뒤 5년마다 갱신돼 왔지만 내년 2월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은 과학 분야에서 쌓은 역량을 산업계로 이어나가는 데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과학자의 역량 평가에도 국가 산업 기여도 등을 반영하고 있다. 과학자 창업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탕샤오어우(湯曉鷗) 홍콩중문대 교수가 창업한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 개발 기업 센스타임이 대표적이다. 중국 1호 양자컴퓨팅 기업인 오리진 퀀텀 역시 중국과학원 양자정보중점실험실의 연구자들이 창업했다.
실제 산업계에서도 중국의 자체 첨단 기술은 글로벌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것에 대해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핵심 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 분야를 제외하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며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의 과감한 투자는 시차를 두고 산업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어서 한국 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