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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지급대상 확대… 내년 月소득 183만원까지

입력 | 2023-09-20 03:00:00

[약자-청년 복지 대책]
수급자 올해보다 8만5000명 늘어




내년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인정액(자산·소득을 환산)이 최저생계비인 183만3572원 이하면 그 차액만큼 기초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올해보다 최대 21만 원 오른 금액이다.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이 내년 572만9913원으로 올해보다 6% 인상됐고 선정 기준도 중위소득 30%에서 32%까지 완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4∼2026년)’을 19일 발표했다.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로 구성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을 늘리고 급여를 올리는 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약자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생계급여 대상자는 2017년 이후 처음 확대됐다. 생계급여의 기준은 소득순으로 가구를 줄 세웠을 때 중앙값인 ‘중위소득’이다. 중위소득 30%까지인 현행 기준을 내년 32%로 완화함에 따라 수급자는 올해 159만3000명에서 내년 167만8000명으로 8만5000명 늘어난다. 정부는 2026년까지 생계급여 대상을 중위소득의 35%(총 180만7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병원비를 국가가 대주는 의료급여는 대상을 중위소득 40% 수준으로 유지한다. 그 대신 중증 장애인의 부양의무자제도는 사실상 폐지한다. 부모와 자녀가 연소득이 1억 원이 넘지 않는 한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빈곤층의 최저생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빈곤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생업용 車’ 배기량 기준 완화… 월 소득 275만원 이하땐 주거급여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車 재산기준 완화, 6만여가구 혜택… ‘부양의무자’ 제도도 단계적 폐지
‘반지하’ 수급자엔 침수방지 설치비… 청년 ‘탈수급 지원’ 29세로 확대

서울 구로구에 사는 노점상 A 씨(64)는 월 소득이 50만 원 수준이고 고시텔 보증금과 예금 454만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재산도 없다. 하지만 그는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장사할 때 몰고 다니는 자동차의 배기량이 1997cc인 탓에 ‘생업용 자동차’로 인정받지 못하고 중고가 563만 원이 전액 재산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A 씨도 생계급여를 월 15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업용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이 현행 ‘1600cc 미만’에서 ‘2000cc 미만’으로 완화되기 때문이다. 생업용 자동차로 분류되면 재산에서 제외한다.



● 불합리한 기준 고쳐 빈곤 사각지대 해소
19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엔 A 씨처럼 실제론 형편이 어려운데 선정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보완책이 여럿 담겼다.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2000년 10월 도입 후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빈곤층이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6명 이상이거나 자녀를 3명 넘게 둔 가정은 수급자 선정 시 재산 기준을 완화해주는 자동차의 범위를 현행 ‘1600cc 미만’에서 ‘2500cc 미만’으로 넓혀준다. 이러면 다자녀 가구가 자주 이용하는 디젤 카니발(2199cc)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에 적용하는 재산 기준을 완화하면 약 6만30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함께 살지도 않는 가족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 혜택에서 제외되는 ‘부양 의무자’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내년부턴 거의 모든 중증장애인이 부모나 형제·자매의 존재와 상관없이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이후 병원 이용이 꼭 필요한 대상으로 혜택을 넓힐 계획이다. 생계급여의 경우 부모·자녀와 배우자의 연 소득이 1억 원을 넘거나 재산이 9억 원을 초과하면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 기준도 2026년 이전에 완화할 계획이다.



● 주거비 현실화하고 ‘틈새 복지’ 확대
사는 집의 월세나 유지수선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의 경우 수혜 대상을 현행 중위소득 47%에서 내년 48%로 선정 기준을 넓힌다. 선정 기준 월 소득액이 4인 가구는 253만8453원에서 275만358원으로 늘어난다. 2026년엔 중위소득 50%까지 확대해 수급자가 252만8000명으로 올해보다 약 2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 새 급등한 월세를 반영하지 못했던 현행 임차급여(월세 지원금)도 현실화한다. 올해 서울에 사는 3인 가구 기준 임차급여는 44만1000원인데, 최저 주거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시장 임차료는 52만 원으로 조사됐다. 반지하 등 침수 우려가 있는 집에 사는 주거급여 수급 가구에는 물막이판 등 침수 방지 시설 설치비를 지원한다.

교육급여 선정 기준은 현행 중위소득 50%를 유지한다. 중위소득이 큰 폭으로 오르기 때문에 4인 가구 선정 기준액은 월 270만482원에서 286만4956원으로 오른다. 최저 교육비의 90%였던 교육 활동 지원비(초등학생 기준 41만5000원)를 내년에 최저 교육비의 100%로 인상한다. 빈곤 대물림을 막으려면 교육 받을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므로 앞으로 지원금을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초생활 수급 청년이 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탈수급 지원책’도 마련했다. 현재 만 24세 이하 청년은 수급 여부를 따질 때 월 소득에서 40만 원을 우선 공제한 뒤 30%를 추가로 공제해주는데, 이 대상을 만 29세 이하로 넓힌다. 청년이 10만∼3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액수를 넣어주는 ‘청년내일저축’의 경우 가입자가 3년 안에 수급 생활에서 벗어나면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불필요하게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해 재정을 낭비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입원 연장심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달리 돌봐줄 가족이 없는 1인 가구의 경우 집에서 방문 진료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재가 의료급여 사업’을 올해 73개 시군구에서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연간 2300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병왕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정부가 어려운 대내외적 여건 속에서도 약자 복지 실현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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