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발인이 거행된 지난 9일 교사가 근무했던 초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 추모객들이 적은 추모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병가를 냈을 당시 후임으로 왔던 35년 차 기간제 교사도 교권 침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대전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고인이 된 교사는 앞서 2019년 11월 학생들의 교권 침해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에 들어갔다.
이때 대신 투입된 35년 차 기간제 교사 A 씨는 이른바 ‘문제 4인방’ 학생들로부터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겪은 일을 교사노조에 제보했다.
이어 “출근한 첫날 관리자 등이 4인방을 의미하는 문제 학생들을 건들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특정 한 학생은 뭘 해도 내버려 두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A 씨는 4인방 중 한 명으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학생에게 교과 내용을 지도하던 중 학생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북대전 IC팔, 북대전 IC팔’이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며 “내가 ‘너 욕했니?’라고 물었더니, 학생은 ‘그냥 북대전 IC를 이야기한 거예요’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A 씨는 4인방 중 한 학생이 다른 친구의 손등을 심하게 꼬집으며 괴롭히는 행동을 하자 따로 불러 지도했는데, 이 일로 학부모 민원을 받았다. 그는 관리자로부터 해당 일로 학부모가 불쾌해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결국 A 씨는 기간제 교사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10여 일 정도만 일한 뒤 그만둬야 했다. 그는 “정당한 지도임에도 민원을 받았다는 것, 학생들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 등 더는 기간제 근무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아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대전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고인이 된 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해당 교사는 경찰 및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신고 외에 4년간 총 14차례 학부모들의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