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백질 풍부한 곤충, 미래 식량 자원으로 각광

입력 | 2023-09-21 03:00:00

농촌진흥청의 신박한 농업이야기 2편-곤충
유엔-EU서도 식량난 대안으로 인정
식량화 하려면 효율적인 가공법 필요
3D푸드 프린팅 기술 국가가 키워야




곤충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곤충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기도 한다. 그 중 하나는 고맙다는 감정이다. 일반 농산물의 3분에 1 이상은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 생명을 이어준 덕분에 탄생한다. 먹다 버린 음식이나 동식물의 사체를 처리해줌으로써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곤충은 생태계에서 다른 생명들의 탄생과 죽음에 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곤충에 대해 징그럽다는 감정 또한 느낀다. 여섯 개의 다리로 움직이는 그 외관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깨끗하지 못한 환경에서 서식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신석기 시대부터 단백질 공급원으로


그렇다면 우리는 곤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실 곤충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고 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농경문화가 정착되기 이전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때에 애벌레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기원전 2000년 신석기 유적에서 산나방누에 고치 껍질의 일부가 절개된 채로 발견돼 고치 속의 번데기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약재로 이용됐다. 대표적인 한의학서인 동의보감 탕액편 충부(忠部)에는 굼벵이, 누에, 메뚜기 등 95종의 약용 곤충이 소개돼 있다. 이처럼 질병 치료나 건강 유지를 위해 곤충을 민간 약재로 활용했다. 식용곤충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곤충은 사실 유용한 단백질 덩어리다. 미국에서는 이미 식용곤충 단백질을 이용한 에너지바, 스낵, 쿠키 등을 제조하고 마트, 푸드트럭, 레스토랑 등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중국에는 온갖 곤충 튀김이 존재하며,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도 곤충 꼬치가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다. 일본에는 곤충 초밥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1400여 종의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곤충이 오랫동안 인류의 먹을거리였던 이유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식용곤충, 전 세계 식량자원으로 주목


단백질의 섭취는 인간의 성장, 신체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단백질은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영양소로서 효소·호르몬·항체 등을 구성해 주요 생체 기능을 수행하고, 근육 등의 조직을 만든다. 그러나 다가오는 미래에 인류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 단백질 수급이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촌의 식량 문제는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대체 단백질의 대표적 소재로는 콩류 등 식물성 단백질, 배양기술을 이용한 배양육, 식용곤충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식용곤충은 사육시 기존의 소와 돼지 같은 가축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고, 단위면적당 생산효율이 높아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또한 영양학적 가치 또한 우수하여 대체 단백질로서의 장점이 매우 많다.

식재료로 곤충이 주목받는 이유는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고기 100g 속에 든 단백질이 27.4g이라면, 곤충 애벌레 100g에는 단백질이 28.2g 들어 있다. 단백질뿐만 아니라 불포화지방, 아연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영양 결핍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이 총 지방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칼슘, 철 등 무기질 함량이 높다.

식용곤충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생산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사료의 양이 적다. 귀뚜라미의 경우 생체 1kg 생산에 드는 사료의 양이 1.7kg으로 생산효율이 매우 높다. 또한 사육공간은 적게 필요하며 폐기물이 많지 않은 것 역시 식용곤충의 장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지만 단백질 함량은 육류만큼 풍부하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서 미래 식량자원으로 곤충을 지목한 이유다.

최근 남수단, 케냐, 짐바브웨 등의 나라들이 코로나19로 더욱 심각한 식량난과 기아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는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곤충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식용곤충을 활용해 아프리카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농촌진흥청과 함께 곤충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식용곤충 시장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정책 지원 역시 요구된다. 현재 대체 단백질과 3D 푸드 프린팅은 국내외 시장의 전망이 밝은 편이고 공공성 측면도 강해서 정책 지원이 필요하지만, 시장 전망과 비교하면 국내 기술은 아직 낮은 수준 머물러 있다. 3D푸드 프린팅 산업의 기술 기반 산업화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정책 지원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

식용곤충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식량으로 받아들일지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앞으로 곤충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과 대체 단백질 제품이 개발돼 전 세계에 한국의 식용곤충을 당당히 선보이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마음의 문을 열고 곤충을 ‘식량’으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박한 농업이야기 1편은 동아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