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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발역 화장실에 놓고 간 580만원 찾아준 환경미화원…사례금도 기부

입력 | 2023-09-20 15:01:00

지난달 14일 김창동 구파발역 역장(오른쪽)이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 진관아동지역센터를 방문해 유실자가 남기고 간 50만원을 기부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여자 화장실에서 현금 580만원이 든 가방을 발견한 직원들이 주인에게 안전하게 돌려줬다. 이들은 주인 부부가 내놓은 사례금도 모두 기부했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전 7시 20분경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던 환경미화 직원 2명이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이 가방에는 지폐 5만원권 100여장, 1만원권 40여장, 1000원권 10여장 등 모두 약 580만원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급하게 역 고객안전실을 찾아 역 직원에게 가방을 전달했고, 역 직원은 곧바로 “현금이 가득 든 손가방을 누군가 잃어버렸고, 역에서 이를 습득했다”고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다.

고객안전실을 방문한 경찰관 2명은 역 직원과 함께 현금 액수를 확인한 뒤 오전 8시경 가방을 가지고 파출소로 돌아갔다. 약 15분후 가방이 주인을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가방 안에 있던 병원 진료 수첩에 가방 주인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재된 것을 보고 곧장 연락해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가방 주인인 노부부는 경찰에게 가방을 어떻게 찾았는지 물어본 뒤, 역으로 찾아와 감사 인사를 표하며 “잃어버린 금액의 약 10%인 50만원을 증정하고 싶다”고 했다. 구파발역 역장과 직원은 “물건을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마음은 감사하나 할 일을 했을 뿐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결코 답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작은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진 끝에 부부는 돈을 내려놓고 “꼭 받아야 한다”며 그대로 역을 떠났다. 전화 연락도 닿지 않았다.

그러자 구파발역 직원들은 바로 공사 감사부서로 신고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협의했고, 감사부서는 “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지역 사회 등에 기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안내했다. 이에 구파발역 직원들은 사건 후 3일 뒤인 지난달 14일 구파발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진관아동지역센터를 방문해 50만원을 기부했다.

김창동 구파발역 역장은 “많은 고민 끝에 아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 공사 이름으로 기부했으나, 이 기부는 유실자께서 하신 것과 마찬가지라 쑥스럽다”며 “앞으로도 구파발역을 이용하는 고객 여러분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