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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뭐 사러 왔지? 분명히 뭐 하나가 빠졌는데 기억이 안 나네… 혹시 나, 치매인가?”
무언가가 기억이 잘 안 날 때면 ‘혹시 나도 치매인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치매라는 질환은 전 세계인 모두가 두려워하는 무서운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의학 기술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음에도, 치매를 완전히 없앨 치료제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가 최초 보고해 이름이 붙게 된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전 세계가 그만큼 극복하고 싶어 하는 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9월 21일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같은 날을 ‘치매극복의 날’로 정해 매년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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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매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이라며 “주된 증상으로는 기억 장애, 지남력(指南力) 장애, 주의력 장애, 언어 장애, 시공간 파악 기능 장애, 전두엽 수행능력 장애 등과 같은 신경인지기능 이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매는 노인들에게만 찾아오는 질환이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5세가 되지 않았음에도 치매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2만405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진료를 받은 환자도 1만6332명에 달했다.
임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40대, 심지어는 그 이전부터 치매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청소년기부터 각 시기에 적절한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한데, 이를 통해 치매를 절반 가까이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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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역시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전문 치료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초기 단계에 접어들면, 우울증 등 기분장애가 동반되는 경우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등의 감정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병의 근간을 없애는 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중증화를 막는 것이 유일한 치료다. 이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해 중증 치매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 교수는 “병을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며 “약물치료가 주된 방법이지만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질환 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다른 약물들에 대한 임상시험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향후 5~10년 이내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단과 치료 방향에 큰 혁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치매 예방 로봇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미국신경학회(AAN)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된 일본 규슈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접촉이 거의 없는 노인은 접촉이 많은 사람보다 치매에 영향을 받는 뇌 영역 전반에서 용적 손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최근 ‘신체적으로 건강한 노인에서 중년의 고강도 걷기와 기억과의 연관성’ 연구에서 40세 이상 중년층부터 고강도의 걷기 운동을 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임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일매일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면 치매를 의심하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