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에너지는 어떤 산업보다 큰 시장 규모를 가지는 국가 정책 운용에 근간이 되는 분야다. 에너지 시장 신규 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재생에너지는 급속한 발전 단가 하락과 청정한 무탄소 전원으로의 장점이 부각돼 앞으로도 자체 경쟁력을 가지는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일례로 아랍에미리트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53조∼70조 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반면 국내는 조금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7월 국무조정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지급된 정부 지원금 등을 점검한 결과 총 5824억 원 규모의 위법·부정 집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사업자들의 신규 진입과 기술 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신속하게 정리하고,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한국은 태양광·풍력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과 산업적 제조 인프라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잠재 역량이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이 중국 주도의 기존 공급망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에 최적의 기회가 왔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태양광·풍력 기술 경쟁력과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기회다.
이제까지의 국내 전문 인력 중심의 기술 개발, 인력 양성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 등에서 함께할 수 있는 국제적 연구와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다. 또 지역적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철강, 시멘트, 정유 등의 산업이 발전소 가까이에서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조성해 한국이 다가오는 미래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