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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해프닝[정기범의 본 아페티]

입력 | 2023-09-20 23:21:00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가이드를 맡게 된 모회사 오너가 파리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해 달라고 했는데 대부분 풀부킹이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 내게 SOS를 친 모양이다.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해야 하는 그의 미션은 사실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웠고 결국 안면이 있는 셰프를 통해 예약해주었다. 이를 위해 나는 반나절 동안 전화통에 매달려야 했다. 3∼4주간의 긴 휴가를 마치고 9월에 다시 문을 연 파리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은 메종 오브제, 패션쇼, 원단 박람회 등 굵직한 대형 컨벤션 행사가 줄을 잇고 지금은 럭비 월드컵까지 겹치는 시즌이니 파리의 고급 호텔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을 예약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하려고 메뉴를 살펴보니 올라도 너무 오른 가격에 놀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감안해도 코로나 이전에 점심 메뉴가 30∼40유로대였던 곳들의 메뉴가 100유로대로 훌쩍 올랐고 미슐랭 2∼3스타 레스토랑들은 풀코스 정식 메뉴를 1인당 300∼500유로에 내놓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커플이 한 끼 식사를 즐기려면 100만 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에 온 지인들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예약을 부탁해 온다. 그들은 코로나로 미뤘던 여행을 와서 폼나게 즐기고 싶어 하는 미식파와 한국에선 마실 수 없는 샴페인과 와인을 즐기기 위한 와인파 둘로 나뉜다. 3∼4년 전만 해도 랭스나 에페르네의 전문 샴페인숍에서 살 수 있던 자크 셀로스나 율리세 콜랭 같은 샴페인은 당시 가격의 10배를 지불해도 살 수 없을 만큼 귀한 몸이 됐다. 와인 애호가라면 평생 한 번쯤 맛봐야 한다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에세조 같은 와인은 한 병 가격이 에르메스 버킨백을 훌쩍 넘지만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아니면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파리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팁 하나를 알려드릴까 한다. 최소 2개월 전에 예약을 하거나, 고급 호텔에 하루 숙박이라도 예약하면서 호텔 측에 레스토랑 예약까지 부탁하는 것이다. 5성급 호텔 컨시어지들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예약 가능성이 배가된다. 고급 호텔에 묵는 손님이면 그만한 씀씀이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 업장에서는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주거나 VIP를 위해 확보해둔 자리를 내줄 확률이 높다. 업계 비밀이지만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은 고급 호텔 컨시어지가 예약한 손님들이 결제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커미션으로 호텔에 제공한다.

개인이 운 좋게 예약할 수도 있겠지만 고급 손님이 앉기를 꺼리는 자리를 배정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함정이다. 실제 그런 경험은 2년 전 내게도 찾아왔는데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손님을 모시고 갔었는데 지하 화장실 앞에 있는 테이블로 안내를 했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 펄쩍 뛰면서 1층으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자칫하면 동석했던 VIP에게 뺨 맞을 뻔한 위기를 모면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에 준다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의 섬뜩했던 그날의 경험 이후 나는 레스토랑 예약 후 테이블 위치를 직접 확인하러 가는 버릇이 생겼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