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산율 0.6명대, 인구절벽 저성장 위기 예산 증액만으론 출산율 반등 확신 어려워 청년층 가치관 변화 수용해 맞춤형 지원책 펴야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우리나라 출산율(이하 ‘합계출산율’을 의미)은 2022년 0.78명으로 바닥이 아닐까 했으나 올해에는 0.6명으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0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볼 수 없다.
통계청에서는 출산율이 장기적으로 1.21명에서 유지될 경우 총인구가 2020년 5184만 명에서 2070년 3766만 명으로 반세기 동안 무려 1500만 명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출산율은 통계청 인구 추계 가정의 반절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인구절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동을 포함한 젊은 인구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및 대학교를 폐쇄해야 하고, 국방 자원과 노동력은 크게 부족해질 것이다. 소비인구 감소로 소비절벽이 도래하여 만성적인 저성장을 겪게 된다. 반대로 고령인구 증가로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을 받게 된다. 인구절벽의 사회경제적 영향으로 개인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저출산 대책은 2005년부터 약 20년간 지속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저출산 대책 기간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은 더 낮아지고 있다. 많은 저출산 원인들이 사회구조적 문제와 가치관 변화 등 문화와 연관되어 있어 저출산 대책만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양육 가정의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책들에 집중하여 저출산 대책 초기부터 종류나 액수 등 두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까지 저출산 대책 예산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산이 어디에 사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예산을 늘리면 출산율이 반등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경제적 궁핍 문제가 주안점이 되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경제 문제 외의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결혼·출산과 노동 간의 양립 문제가 산업화와 더불어 여성들이 임금근로자로 시장에 진입하면서부터 발생하였다. 과거에는 결혼·출산에 가치를 부여해 경력 단절을 감수하였다면, 지금은 노동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 출산과 결혼까지 포기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후대책, 가문계승을 이유로 자녀의 양을 추구하였다면, 오늘날에는 자녀의 질을 중시하여 소수, 특히 한 자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터넷이 고도로 발전한 디지털 시대에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가 손쉽게 비교 가능해짐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그로 인해 결혼과 출산에 대해 좌절하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용·주거 불안정, 학력주의·학벌주의와 결합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고려하여 저출산 대책은 기계적으로 결혼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만 주력하기보다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청년층이 추구하는 사회문화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일·가정 양립 정책이나 보육 정책은 출산 후 일정 기간에 한정하여 직접 돌봄을 가능케 하고, 미취학기에 시설이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 그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대책으로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일하는 시스템을 개혁하는 사회적 노력이 긴요하다. 현재 자영업이나 비정규직 등은 일·가정 양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계약형태나 근무형태와 무관하게 누구나 부모가 되면 출산 후 일정 기간 자녀를 직접 돌보는 것이 사회제도로 정착되어야 한다.
인구절벽은 기업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그 규모와 관계없이 결혼과 출산을 배려하고 편익을 제공해주는 것이 사회적 의무로 정립되어야 한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은 한 가지 방안만 제공하고 선택을 강요함으로써 맞춤형이 되지 못하여 추가적인 비용이나 시간이 요구되고 있다. 개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도록 저출산 대책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극저출산의 위기는 정책의 변화와 함께 사회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