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앙아 5國과 첫 정상회담 중남미-阿 등 33國과도 PAC 출범 中 국제무대 비운 사이 틈새공략 中 “내달 일대일로 포럼 110國 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9일 미국 뉴욕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C5+1(미국)’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뉴욕=AP 뉴시스
미국이 중앙아시아와 중남미, 서아프리카 국가와 잇달아 다국적 협력체를 신설했다. 최근 더딘 경기 회복과 지도부 혼란으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글로벌 사우스(신흥·개발도상국)’ 포섭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합종연횡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中 자리 비운 새 제3국가 공략하는 美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뉴욕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이른바 ‘C5+1(미국)’ 정상회의를 했다. 미국은 2015년부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C5+1 외교장관 회담을 해왔지만 정상회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5+1 협의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이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창설했다. 이 5개국은 중국과 유럽을 잇는 일대일로 전략 중 육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 국가들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 5월 옛 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이 5개국 정상을 육상 실크로드 출발지 시안(西安)으로 초청해 ‘C(중국)+C5’ 정상회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정면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백악관은 또 ‘중간 회랑(回廊)’으로 불리는 카스피해 횡단 무역로 구축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비롯한 ‘신스파이스 루트’(향신료길)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육상 실크로드에서도 중국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8일에도 대서양을 끼고 있는 유럽과 서아프리카, 중남미 등 33개국이 참여하는 대서양협력체(PAC)를 출범시켰다. PAC에는 브릭스(BRICS) 핵심국 브라질은 물론이고 중국이 해군기지 건설을 시도하는 적도 기니, 일대일로에 참여 중인 나이지리아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에는 태평양 도서국(島嶼國)과 두 번째 정상회의를 한다.
● 中 “일대일로 10주년 포럼에 110여 개국 참가”
미중 경쟁 등에 따라 세계 경제의 블록화는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수도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세계 110여 개국 대표가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푸틴 대통령도 참석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그동안 중국이 공들여 온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한 이래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건너뛴 데 이어 유엔 총회에도 불참한 틈을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를 전방위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나 미일 안전보장조약 방식의 안보 협정을 맺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중재로 일격을 맞은 중동에서도 실추된 영향력을 다시 다지려는 의도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표현. 북반구에 위치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대비해 이들 국가가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있는 데서 비롯했다. 인도를 대표주자로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과 아시아의 120여 개국이 속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