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D-2]속사권총 국가대표 송종호
11년 전 軍 상관이 만들어 준 권총, 밤낮없이 들고 연습하며 실력 쑥쑥
2018년 AG선 어깨 통증에 울고, 도쿄 올림픽선 ‘정비 불량’에 발목
“지금이 전성기… 5년 전 한 풀겠다”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국내 일인자 송종호가 4일 사격 국가대표 훈련장인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격발 자세를 잡고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곽윤기와 외모가 비슷해 ‘사격의 곽윤기’로 통하는 송종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창원=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12년 어느 날 밤 경북 문경시 한 군부대에서 송종호 하사(33·IBK기업은행·사진)가 권총을 들고 사격 자세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부사관이 한밤중에 마음대로 권총 사격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건 송 하사가 사격 속사권총 선수인 데다 이곳이 국군체육부대(상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도 ‘모형’이었다.

국군체육부대 복무 당시 이강식 병기관에게서 선물로 받은 모형 총. 송종호 제공

2018년 아시안게임과 2021년 올림픽 모두 열정이 넘쳤던 게 문제였다.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어깨 삼각근과 회전근을 다쳤고, 무더운 날씨에도 총을 쏘고 또 쏘는 바람에 열기로 총기가 변형됐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선 기준으로 4초 안에 5발을 쏴야 하는 속사권총에서는 경기 도중에 총기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드물지 않다.
송종호는 “평소에도 워낙 완벽주의자다. 컨디션이 90% 정도만 올라와도 만족하고 이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100%까지 끌어올리려다 오히려 망친 경우가 많았다. 선수는 중요한 순간에 잘해야 하는데 막상 큰 대회에서는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셈인데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사격에서는 결국 정신력이 메달을 결정한다. 이번 항저우 대회 때는 준비한 대로 완주만 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호는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속사권총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대통령경호처장기(4월), 한화회장배(6월), 경찰청장기(9월) 등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컨디션을 이어오고 있다. 20일 국가대표팀 본진과 함께 중국 항저우로 떠난 송종호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모두 가져오겠다”고 했다. 이어 “내 사격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2관왕은 절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대회에 나설 생각을 하니 벌써 신이 난다. 5년 전 ‘무관’의 한을 풀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창원=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