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미 경제 예상보다 너무 강해 할일 남아” 유가 상승-파업-정부 셧다운 우려 “인플레 불확실성” 연준 점도표상 연내 추가 인상-내년 전망치도 0.5%포인트 올려 나스닥 1.5% 하락-2년 미 국채금리 17년 만에 최고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 경제활동이 우리 예상보다 너무 강하다”며 긴축 장기화를 시사했다. 미 월가의 예상보다 긴축 사이클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을 밝혔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특히 미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에 따라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올려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19, 20일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 왔고 작년 초부터 금리를 총 5.25%포인트 올렸다”며 “긴축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위원회는 이달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양적긴축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6번 열린 FOMC 정례회에서 6월 회의에 이은 두 번째 금리 동결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 금리 격차를 최대 2.0%포인트로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며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예상보다 강력한 미 경제활동이 연준이 더 할일을 해야하는 주요 이유”라며 긴축 장기화를 시사했다.
●“연내 추가 인상-내년 인하폭 축소”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단행할 것은 이미 유력하게 전망돼 왔다. 최근 유가 상승과 미국 자동차 파업, 정부 셧다운 우려 속에서 FOMC 위원들의 금리 정책 경로를 종합한 경제전망요약(SEP) 상 점도표와 파월 기자회견이 관심사였다.
이날 공개된 연준 SEP는 상당히 매파적인 동시에 미 경제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담겨 있었다. 월가에서 ‘강세적-매파적(Bullish-Hawkish)’란 반응이 나온 이유다.
시장 예상대로 연내 최종금리 중간값은 5.6%(5.5~5.75%)로 직전 전망치(5.6%) 수준을 유지했다. 19명 FOMC 위원 중 과반수인 12명이 금리 인상에 점을 찍었다. 2024년 최종금리 전망치는 예상 밖이었다. 내년 최종금리를 5.1%(5.0~5.25%)로 6월 전망치 4.6%에 비해 0.5%포인트 높게 전망했다. 향후 2년 간 최종금리를 6월 전망치에 비해 0.5%포인트 높여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긴축 정책을 시사했다.
연준은 보도자료에서도 미 경제가 ‘견고한 속도(solid pace)’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혀 지난 FOMC에서 밝힌 ‘온건한 속도(moderate pace)‘보다 한층 미 회복세를 강조했다. 연준은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기존 전망치 1.0%에서 대폭 높였다.
●금리 인하는 언제?
내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 파월 의장은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인하할) 때가 오면 그 때 알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제(물가)를 과열시키지 않는 ‘중립 금리’에 대해서는 “중립 금리가 더 높아진 것일 수 있다”고 말해 연준 내에서 긴축 장기화가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의 긴축 장기화 시사에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으로 마감했다. 특히 연준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5% 떨어진 1만3469.1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지수도 0.94% 하락한 4402.20에 장을 마쳤다.
채권 금리도 연준의 매파적 발표에 직격탄을 맞았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152%를 찍어 2006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3%를 넘어서며 2007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에드워드 모야는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월가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