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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번을 패했다…성민규 프로세스, 지금까지가 최선인가요?[데이터 비키니]

입력 | 2023-09-21 05:59:00


성민규 프로야구 롯데 단장.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성민규 단장(41) 선임 이후 롯데의 300번째 패배가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롯데는 19일 프로야구 사직 안방 경기에서 키움에 3-6으로 패했습니다.

그러면서 성 단장을 처음 선임한 2019년 9월 3일 이후 롯데는 총 574경기를 치러 262승 13무 299패(승률 0.467)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성 단장 선임 직전 574경기에서 롯데가 남긴 성적은 263승 7무 304패(승률 0.464)였습니다.

그러니까 성 단장 부임 전후로 롯데 성적에는 사실상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승률이 0.003 높다는 건 1000경기 중 3번을 더 이길 수 있다는 뜻.

롯데는 2019년 7월 9일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시에 팀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부터 56일이 지나 성 단장을 선임하면서 “반복된 성적 부진과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팬들 앞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으며 분명한 방향성과 전략에 맞춰 팀을 빠른 속도로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성 단장 선임 이후에도 롯데는 ‘야구팬들이 원래 알던 롯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개막전이 열린 일본 삿포로돔. 사진 출처 사무라이 저팬 홈페이지

그럼 ‘야구팬들이 원래 알던 롯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2015년 11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때였습니다.

대회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도착해 시내로 이동하던 중 공항철도에서 롯데 관계자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이제는 팀을 떠난 이 관계자는 의례적으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투수를 어떻게 영입하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38억 원을 투자했지만 롯데에서 뛴 3년 동안 평균자책점 5.96을 남긴 윤길현. 동아일보DB

“정우람(38·현 한화)을 영입하는 게 실제로 팀에 도움이 되겠지만 롯데라면 손승락(41·현 KIA 퓨처스리그 감독)과 윤길현(40·은퇴)과 계약하고 ‘우리가 이만큼 했다’고 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NC가 제9 구단으로 프로야구에 참여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성 단장 부임 이전인 2019년 시즌 개막 전까지 롯데가 FA 시장에서 쓴 돈은 총 613억 원입니다.

같은 기간 2위인 한화(566억5000만 원)와 비교해도 46억5000만 원이 많은 금액입니다.

송정규 전 롯데 단장. 동아일보DB

롯데는 왜 이렇게 돈을 엉뚱하게 쓰는 걸까요?

이번에는 롯데가 한창 부진에 빠져 있던 2019년 여름 채널A ‘숏토리’와 공동으로 인터뷰했던 송정규 전 롯데 단장(70)이 힌트를 줄지 모릅니다.

송 전 단장은 원래 ‘마도로스’ = 선장 출신으로 야구와는 거리가 있던 인물입니다.

그러다 1990년 자비로 ‘필승 V 전략 롯데자이언츠 : TOP SECRET’이라는 책을 펴낸 걸 계기로 결국 이듬해부터 롯데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됐습니다.

롯데에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1992년)을 안긴 게 바로 송 전 단장입니다.

송정규 전 롯데 단장. 유튜브 화면 캡처

송 전 단장은 “롯데는 돈을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고 계속 아낀다.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다 성적이 바닥이 되고 팬들이 ‘롯데 물러나라. 시민구단 만들겠다’며 나서야 위에다 ‘부산 민심이 안 좋습니다’라고 보고한다”고 전했습니다.

계속해 “그러면 오너가 ‘왜 말 안 했느냐? 돈 써라’ 그런다. 그제야 뒤늦게 한꺼번에 200억~300억 원씩 뿌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적재적소에 돈을 못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19년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부임 첫 시즌 중도 사퇴 기록을 남긴 양상문 롯데 감독. 동아일보DB

롯데는 2019년 신인과 외국 선수를 제외한 선수단 연봉으로 101억8300만 원을 썼습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선수단 연봉으로 100억 원을 넘게 쓰는 팀은 롯데뿐이었습니다.

그러고도 팀 성적은 48승 3무 93패(승률 0.340)로 최하위였습니다.

롯데는 2021년 선수단 연봉 규모를 52억2000만 원까지 줄였습니다.

2021년은 성 단장이 “승부를 걸겠다”고 약속했던 해입니다.

물론 시즌 결과는 65승 8무 71패(승률 0.478)로 8위였습니다.

성민규 단장의 목표를 전한 2020년 스포츠동아 기사

그래도 성 단장이 롯데를 ‘돈도 많이 쓰고 못 하는 팀’에서‘돈은 적게 쓰고 못 하는 팀’으로 체질을 바꾼 건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성 단장은 계속 “지금은 돈을 쓸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는 건 역설적으로 오너가 ‘돈 써라’고 이야기할 차례가 됐다는 뜻입니다.

㈜롯데자이언츠는 지난해 190억 원을 유상증자했고 성 단장은 스토브리그 때 원 없이 돈을 썼습니다.

포수 유강남(31)과 80억 원에 FA 계약을 맺는 등 롯데가 지난해 스토브리그 때 쓴 돈은 총 308억 원에 달합니다.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계약한 강민호. 삼성 제공

사실 롯데에서 성 단장을 선임하면서 내린 첫 임무가 ‘좋은 포수 구하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8시즌을 앞두고 강민호(38)가 삼성으로 떠난 뒤 롯데는 주전 포수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FA 시장에 김태군(34·현 KIA)과 이지영(37·현 키움)이 풀렸지만 성 단장은 “원하는 포수보다 뛰어난 포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영입하는지 보여드리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바로 지시완(29·개명 전 지성준)이었습니다.

성민규 단장의 ‘영입 1호’ 선수 지시완. 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시완은 롯데에 합류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0.99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김태군은 WAR 3.06, 이지영은 1.80이었습니다.

이 두 선수 모두 포기하면서 롯데는 2018년 나원탁(29)을 시작으로 △2019년 안중열(28·현 NC)에 이어 △2020년 정보근(24) △2021년 김준태(29·현 KT) △2022년 지시완(29)으로 개막전 포수를 바꿨습니다.

그전까지 개막전 선발 경험이 없던 선수를 이렇게 해마다 바꿔 가면서 시즌 첫날 주전으로 내세운 팀은 물론 프로야구 역사상 롯데가 처음입니다.

성민규 롯데 단장. 유튜브 화면 캡처

그래도 지시완은 성 단장이 트레이드를 잘한 선수에 속합니다.

아니, 유일하게 잘 데려온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 단장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나머지 8명은 WAR 0163을 합작하는 데 그쳤습니다.

거꾸로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나간 선수 WAR 합계는 7.19입니다.

나간 선수 WAR가 45배 높은 WAR를 합작했습니다.

물론 트레이드로 나간 선수가 롯데에 계속 남아 있었다고 해서 이만큼 했으리라는 보장은 당연히 없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달라지는 건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 단장 이전에 롯데가 트레이드를 엄청나게 잘했던 팀도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성 단장이 트레이드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한때 롯데에 함께 몸담았던 오윤석과 손아섭. NC 제공

성 단장은 또 2022년 FA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손아섭(35)을 NC에 빼앗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성 단장은 “김재유(31)의 오른손 투수 상대 성적, 추재현(24)의 언더핸드 투수 상대 성적, 신용수(27·개명 후 신윤후)의 왼손 투수 상대 성적을 합하면 손아섭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아섭이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지 상대 투수 유형별로 남긴 OPS(출루율+장타력)는 △오른손 0.731 △언더핸드 0.968 △왼손 0.783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세 선수가 남긴 타격 성적은 팬 여러분 정신 건강을 염려해 생략합니다.

한 번도 넘지 못한 0.500 담장.

프로세스를 세우고 어떤 일을 진행했는데 ‘석세스’로 연결하지 못했을 때는 두 가지 경우밖에 없습니다.

프로세스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프로세스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거나.

프로세스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면 어디서 어떻게 구멍이 생겼는지 살펴보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프로세스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 보고 프로세스를 다시 마련하면 됩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성민규 롯데 단장. 유튜브 화면 캡처

프로야구팀에서 단장은 프로세스를 세우고 그 프로세스를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일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2019년 SBS에서 방영을 시작한 ‘스토브리그’에 나오는 백승수 단장 흉내를 내면서 월급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성 단장이 롯데에서 월급을 받게 된 지 1480일이 지났습니다.

성 단장의 프로세스는 과연 롯데 팬들이 원하는 결말을 향해 가고 있나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