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매운동:볼수록 매력 있는 운동이야기]은 찰나를 봐도 매력 있지만 자세히 보면 더 매력 있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재일교포 3세인 안권수는 군 복무를 하지 않아 올 시즌이 끝나면 더 이상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다. 롯데 제공
그럴수록 안권수(30)의 ‘야구선수 수명’도 줄어든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군 복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나면 더 이상 한국에서 뛸 수 없다. 안권수의 남은 야구 인생은 짧으면 3주, 설령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두 달도 남지 않은 셈이다.
○지푸라기인 줄 알았던 KBO, 동아줄이 되다
안권수는 고교 졸업 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안권수는 “일본에서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으니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돌아봤다. 안권수는 와세다대 야구부(중퇴), 독립 리그를 거쳐 사회인야구팀에서 야구를 계속하며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프로 바로 아래 단계인 실업팀에서 4년(2016~2019년)을 뛰고도 NPB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안권수는 은퇴를 고민했다. 안권수는 “계속 더 수준 높은 곳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일본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어요. 어차피 은퇴하는 마당에 일본 사회인야구보다 수준이 높은 한국프로야구(KBO) 트라이아웃(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선수와 고교·대학 중퇴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입단 전 테스트)이라도 받아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섰던 2020 트라이아웃. 안권수는 ‘지명이 안 되겠구나’라고 100% 확신했다. 트라이아웃 당시 옆구리를 다쳤던 그는 실전 배팅은 시도도 못 했고 통증 탓에 주루 테스트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2020 KBO 트라이아웃 당시 안권수. 동아일보 DB
○이방인 안권수의 1군 생존 비법 ‘파이팅’
테이블 세터로 타선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역할을 주로 맡은 안권수는 타석만큼이나 벤치에서도 존재감이 남달랐다. 이길 때나 질 때나, 안권수는 가장 큰 목소리로 벤치에서 ‘파이팅’을 불어넣는 선수다.안권수는 자신의 남다른 ‘파이팅’에 대해 “두산 시절부터 그랬어요”라며 웃었다.
득점 후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안권수. 롯데 제공
처음 한국에 올 때 한국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었던 안권수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당시 구단에 일본어를 잘하시는 감독님 매니저분이 도와주셨는데 저만 늘 봐주실 수는 없는 상황이라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잘하지 못했어요. 손짓·발짓 써가면서 지내다 3년 차쯤부터는 한국말로 소통이 잘 됐어요. 그것 때문에 야구도 좀 더 잘됐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 달 넘게 참다 받은 수술…두 달도 안 돼 복귀
안권수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 중 유일하게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안권수는 “한국에서 지내면서 ‘영상으로 올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는 게 좀 있었어요. 마지막이니까 하고 싶은 건 다 하자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라고 했다. 안권수는 야구 인생 마지막 시즌을 맞아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안권수 유튜브 영상 캡처.
그는 “낙심이 너무 컸다”고 했다. 처음 팔꿈치 통증을 느꼈던 건 4월 30일이었지만 안권수는 한 달 넘게 통증을 참다 6월 8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저도 (남은) 야구 인생 있다고 하면 빨리 수술받고 빨리 천천히 재활하고 그렇게 했을 텐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처음에는 수술 안 받을 거라고 했죠. 그런데 한 달 정도 계속 야구를 하다 보니 너무 아팠어요. 방망이도 못 치고 공도 한 10m밖에 못 던졌어요. 나중에는 아예 팔을 들 수가 없었어요.”
결국 안권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두 달도 지나지 않은 7월 30일 복귀했다. 그 사이 팀은 5강권에서 멀어졌고 안권수 개인 성적도 1할대에 머물고 있다. 무리한 복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원래 병원 선생님이 석 달 걸린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9월이에요. 저는 시간이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시즌 초반 타선의 활력소가 됐던 안권수는 6월 미루던 팔꿈치 수술을 받고 두 달도 안 돼 복귀했다. 롯데 제공
안권수는 “팔꿈치가 아직 100%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한손으로 치는데 그렇게 못해서 양손으로 치는데…”라며 한동안 뜸을 들이더니 “아예 안 맞습니다”라며 민망한 듯 웃었다.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다”던 마지막 시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안권수는 “선수 생활하면서 웨이트나 운동, 당연히 열심히는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라며 쓴 입맛을 다셨다.
“작년에도 두산에서 3할 넘게 치다가 (7월 3일) 펜스 부딪히고(어깨 인대 부상), 뭐 어쩔 수 없는 부상이었긴 했지만, 복귀하고 나서 타율이 계속 떨어졌어요. 올해도 잘하다가 팔꿈치 때문에 이런데. 저는 그런 것도 다 야구선수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 번도 풀시즌을 나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실력이 없는 거죠.”
○안권수의 마지막 소원, 오직 포스트시즌
안권수의 마지막 시즌은 그가 기대했던 ‘해피엔딩’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만약 팔꿈치가 아프지 않았다면, 그래서 시즌 초반 활약을 이어갔다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고 군 복무 문제를 해결한 뒤 후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족들은 이제껏 안권수가 제대로 야구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안권수는 “가족들이 경기장에 오면 제가 귀신같이 그날 선발로 못 나갔어요. 올해 마지막으로 8월 22일(잠실 LG전)에 왔는데 그날 경기는 (비로) 취소됐고…. 아내는 제가 야구하는 거 이제 못 봐요. (가족이 다시 한국에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타격 후 1루로 질주하는 안권수. 롯데 제공
안권수는 “야구에 미련이 남아있는 건 맞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라며 “일단 팀이 꼭 포스트시즌 가면 좋겠어요. 개인 성적은 이제 신경도 안 써요”라고 했다.
타격감 회복에 애를 먹고 있는 안권수는 3일 두산전을 끝으로 선발 출장이 없다. 이후 대수비, 대주자로만 나서고 있는 안권수는 8타수 무안타 3득점이 전부다. 안권수에게도, 롯데에게도 대반전이 간절한 3주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