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말고사 시험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내신 시험에 대한 공정성 요구가 갈수록 커지면서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출제 오류를 잡아내고 재시험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3년간 내신 재시험을 18번이나 치르기도 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실시한 35개 고등학교·산하기관의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서울 노원구의 A고등학교는 3년간 정기고사 재시험을 18번 실시했다. 복수정답으로 처리한 건수는 16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0학년도에만 11건의 재시험이 실시됐다.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평균 2.75번의 재시험이 치러진 셈이다. 2021학년도와 2022학년도에도 각각 6건, 1건의 재시험이 치러졌다.
통상 재시험은 출제 오류가 발생한 문항을 재출제해 해당 문항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문항 오류가 났다면 그 문항에 대해서만 5분간 재시험을 실시하는 식이다.
재시험은 문항 오류 발생 시 서울시교육청에서 권장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서울시교육청의 ‘2023학년도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에서는 문항 오류가 발생했을 때 ‘모두 정답’ 처리를 지양하고, 교과협의회·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와 학교장 결재를 거쳐 해당 문항에 대한 재시험을 치를 것을 권장한다.
다만 A·B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등 평가계획·정기고사 시행 업무 처리 절차·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시험을 치른 것 자체가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문항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학교는 이 같은 이유로 ‘기관 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항 오류로 인한 재시험의 1차적인 책임은 출제·검토 교사에게 있다. 다만 이처럼 빈번하게 출제 오류가 발견되고 재시험이 치러지는 데는 최근 학생·학부모들의 민원 제기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학교 현장의 목소리다.
내신 시험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면서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출제 오류를 잡아내고 재시험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서울 강남·노원·목동 등 이른바 ‘학군지’나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등 학구열이 높을수록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A고등학교보다도 재시험을 더 많이 치른 학교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3년간 18번이나 재시험이 치러졌다면 그건 시험을 출제하는 교사들의 부주의와 학생·학부모의 민원이 겹쳐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