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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인터넷서점·입시학원 해킹하고 코인 요구…10대 구속

입력 | 2023-09-21 12:04:00

베스트셀러 등 전자책 200만여권 빼돌리고
입시학원 상대 동영상 강의 자료 탈취하기도
추가 유포 협박하며 수십억원 비트코인 요구
8600만원 뜯어내 여가활동, 빚 상환 등에 탕진




유명 인터넷서점과 대형 입시학원 등의 서버를 해킹해 베스트셀러 등 전자책 수백만 권과 동영상 강의 자료 등을 탈취한 뒤 수십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하며 협박한 10대 고등학생이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은 21일 공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등학교 2학년생 A(16)군을 검거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 5월16일께 텔레그램 대화방을 이용해 인터넷서점 ‘알라딘’ 등 유명 업체 2곳을 상대로 탈취한 전자책 5000권을 유포, 이를 통해 피해 업체들을 상대로 ‘추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86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A군과 텔레그램상에서 만나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B(29), C(25)씨도 각각 붙잡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숙련된 프로그래밍 기술을 갖고 있던 A군은 피해 업체들의 보안 체계 취약점을 이용, 전자책 72만여권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을 해제할 수 있는 일명 ‘복호화’(암호화의 반대말) 키를 무단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DRM 암호를 해제하기만 하면 정식 구매한 사람처럼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A군은 이 중 5000권의 암호를 풀어 실제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업체 측을 상대로 비트코인 100BTC, 당시 시세 기준 36억원 어치를 내놓지 않으면 나머지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업체 측에선 협상을 통해 2억8800만원 상당만 지급하기로 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에 차단돼 일부만 전송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다른 인터넷서점에서도 143만여권의 복호화 키를 무단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7월에는 ‘시대인재’ 등 유명 입시학원 2곳을 상대로도 해킹 공격을 벌여 빼돌린 강의 동영상 자료 약 700개를 유포하고 비트코인 5BTC(당시 시세 기준 약 1억8000만원)를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업체 4곳에서 빼돌린 전자책 215만권과 강의 동영상 자료는 판매단가 기준 총 203억원에 달한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의식했던 A군은 B씨에게 비트코인 환전을, C씨에게는 현금 수거 역할을 맡기고 각각 1500만원, 2000만원 어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이들은 이렇게 받은 돈을 전자제품 구매나 개인 여가 활동, 채무상환 등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군 보관 중이던 전자책 복호화 키를 전량 회수하는 한편, 이미 유포돼버린 전자책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퍼져나가고 있는지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등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범죄 중대성, 재범 위험성이 높고 이미 유포된 전자책과 강의 영상이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됐다”며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인터넷에 게시된 불법 저작물을 함부로 내려받거나, 배포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