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이스라엘 정상회담에서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9.21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전후해 11개 국과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 뉴욕 방문 사흘 만에 28개국과 릴레이 회담을 하는 초강행군 일정을 소화하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키르기스스탄, 모리타니, 콜롬비아, 헝가리, 이스라엘, 태국, 불가리아, 그리스, 에스와티니 등 총 11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남은 이틀간 세인트키츠네비스, 에콰도르, 시에라리온, 북마케도니아, 네팔, 기니비사우, 슬로베니아, 아이티, 이라크, 세르비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파라과이 등 12개 국가와 추가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총력 외교전 뒤에는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한 외교 실무진들의 물밑 노력이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유엔 뉴욕 대한민국 대표부를 ‘양자회담장’으로 탈바꿈하고, 회담 일정에 공백에 생기지 않도록 상대국 정상을 숨가쁘게 섭외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뉴욕 유엔본부 바로 앞에 위치한 우리 유엔 대표부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며 “유엔 대표부를 ‘양자회담 본부’로 탈바꿈하고 2층에 회담장을 2개 이상 설치해서 연속적으로 회담이 열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1층 입구에는 부산엑스포 백드롭을 걸어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고, 각 정상이 대기할 공간과 오·만찬 장소까지 따로 조성했다”며 “연속적으로 개최하는 양자회담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유엔본부 일대에 파견해 상대국 정상을 제시간에 모셔 오는 첩보 작전이 하루 종일 수행됐다”고 덧붙였다.
상대국 선정과 회담 형식도 치밀한 계산을 통해 계획됐다. 11월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데, 막판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회담국과의 관계와 논의할 안건, 협력 의제 등의 연계도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어 “비교적 동일한 성격으로 동일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 나라를 수렴해서 그룹을 만들어 오찬이나 만찬을 할지 등 제한된 시간 속에서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게 심사숙고해 만남의 형태를 결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애초 대통령실이 예고했던 ‘기네스북 등재’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치외교 등 정무 문제는 기네스북에서 등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실현가능하지 않을 것을 농담한 것에 대해 심심하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한 달간 60개의 양자회담과 10개 이상의 다자회담을 치른 경험은 지난 100년간 세계사에서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