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디지털 맵 기술 기업 ‘파토스’는 최근, 싱가포르 정부 산하 기관이 쓸 지도 기술을 개발 공급했다. 앞서 이들은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그린 레인(입찰 절차 없이 직접 기술을 공급하도록 허가하는 인증)을 받았다. 이번에 지도 기술을 원활히 공급한 것도 그린 레인을 받은 덕분이다.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오토노머스 에이투지’도 싱가포르 자율주행차 테스트 및 심사 기관인 ‘세트란(CETRAN, Centre of Excellence for Testing & Research of Autonomous Vehicles-NTU)'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계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1위(2020년)를 기록한 싱가포르에서 거둔 성과라서 돋보인다. ‘블루윙 모터스’는 인도네시아에 터를 닦고, 250억 원 상당의 친환경 전기 오토바이 전환 키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 스타트업이 성과를 낸 비결은 해외 시장의 현황과 수요를 철저히 분석하고, 가장 알맞은 현지 진출 전략과 파트너를 확보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킬사글로벌’의 손을 잡은 것이다.
강연 중인 박종석 킬사글로벌 대표 / 출처=킬사글로벌
킬사글로벌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동남아 국가에 진출, 자리를 튼튼히 잡도록 돕는다. 지사 설립뿐만 아니라 현지의 시장 분석과 소비자들의 수요 분석, 정부 기관과의 연계와 현지 파트너 기업 탐색, 인재 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킬사글로벌을 이끄는 박종석 대표는 SBA가 연 스타트업 발표 행사 트라이에브리띵에 참석,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으려 해외에 진출할 때 ‘세계화 3.0(Globalization 3.0)’의 개념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의 이동을 세계화 1.0, 디지털 확산을 세계화 2.0으로 각각 소개한다. 제품의 이동과 디지털 확산이 마무리된 지금, 기업의 가치를 해외 시장에 온전히 이식하는 것이 세계화 3.0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자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다른 나라에 공급하는 것은 세계화 1.0이다. 이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 고도화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없앤 것이 세계화 2.0이다. 세계 시장 곳곳의 다양한 수요에 내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변화시켜 전달하고, 이 가치를 지속 가능하도록 체계화하는 것이 오늘날의 기업의 경쟁력이자 세계화 3.0이다.
세계화 3.0은 단순한 해외 진출과는 궤가 다르다. 단순한 해외 진출은 상품, 서비스의 언어를 바꾸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지사를 세운 뒤 그저 제공하는 데에만 머무른다. 비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데에만 주력한다. 이것으로는 상품, 서비스의 장점을 내세우고 가치를 알리는 것도,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업을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이 단계에 머무른다.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킬사글로벌 임직원들 / 출처=킬사글로벌
박종석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세계화 3.0의 함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그 첫 무대로 알맞은 곳이 동남아시아라고도 말한다. 세계를 이끄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리딩 기업이 모인 미국, 유럽 시장은 공략 자체가 어렵다. 중국 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중국 내수 기업의 영향력이 강하다. 반면, 동남아시아 시장은 인구가 많은데 비해 아직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문이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실력 있는 정보통신과 서비스, 플랫폼 기업이 뿌리 내리기 좋은 지역이다.
동남아시아의 또 하나의 매력은, 문화권이 비슷한 여러 나라가 모인 점이다. 한 나라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면, 이것이 인접한 다른 나라로 진출할 때 든든한 발판이 된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실행 가능한 셈이다.
박종석 대표는 세계화 3.0을 함양하려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단계별 조언을 전한다. 첫 번째,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과 성과를 정확히 평가해서 지금의 위치, 발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화해야 한다. 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지, 어디에 진출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할지, 어떤 파트너와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이룰지, 이 때 내가 가진 무기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그냥 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인구가 많고 GDP가 높아 구매력이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체질 진단과 해외 시장으로의 진입 구조 탐색을 마쳤다면 세 번째, 본격 시장 발굴과 비즈니스 개발에 나설 차례다. 여기에 업무 전문성을 가진 현지 인재는 필수다. 현지의 특성, 정책을 잘 아는 현지 인재는 무난히 비즈니스를 펼치고 계약을 체결하도록 돕는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나도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돕는다. 현지의 시장 데이터를 제대로 모으고 읽고 분석하는 것도 현지 인재다.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킬사글로벌 임직원들 / 출처=킬사글로벌
박종석 대표는 세계 스타트업 업계 흐름이 소비자들의 호응(Traction)을 이끌어내려던 것에서 발전, 구매(Purchase)를 일으키려는 단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좋은 상품, 서비스를 알리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매를 일으켜 수익을 내는 스타트업이어야 생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시장과 소비자의 규모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을 독식하더라도 한계에 부딪힌다. 인구만큼이나 소비자와 수요가 많은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스타트업이 더 크게 성장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면서 지속 가능성도 확보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세계화 3.0이라고 강조한다.
박종석 대표는 킬사글로벌 스스로가 세계화 3.0에 집중해 효용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스타트업과 중소·중견 기업이 세계 시장에 안착하도록 사업을 만드는데 노력했다. 나아가 사업을 만드는 전후 과정, 사업을 지속 가능하도록 유지하는데 필요한 전반을 제공하고 관리하는 기업으로 발전할 계획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킬사글로벌은 최근 필리핀에 BPO 센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 마주칠 각종 문제를 현지에서 바로 해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베트남에는 ITO 센터를 마련했다. 세계 규모의 개발 역량이 필요한 정보통신기업에게 현지의 고급 개발자들을 주선, 현지의 개발 수요에 원활히 대응할 역량을 갖도록 돕는 곳이다. 동남아 투자 기업과 힘을 합쳐 비전 펀드도 조성한다.
특히 강화할 것이 워크포스 모델이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에게 현지의 인재를 연계, 융합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단순 인력 파견이나 아웃소싱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비즈니스모델과 가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여기에 힘을 실을 현지의 인재를 확보한다. 이들과 우리나라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도록 관리하는 개념이다.
강연 중인 박종석 킬사글로벌 대표 / 출처=킬사글로벌
킬사글로벌의 장점인 서비스 지원 역량도 강화한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을 연구 개발해 서비스 기업의 업무 전반의 효율을 높이려는 것. 성과도 냈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킬사글로벌의 워크플로우 개선 솔루션에 업계 최고 권위의 ‘테크 블레이저’ 상을 주고 일부 기관에 정식 도입했다.
박종석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돌보겠다. 해외 시장 현황과 수요 분석, 비즈니스모델 점검과 가치 창출 전략, 현지 인재와 파트너 주선 등 모든 단계에 관여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까지 가져다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 성과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해 킬사글로벌 역시 새로운 서비스 가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