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개조해 경주 나가던 콜린 채프먼 1952년 본격적인 자동차 연구 위해 창업 아름다운 차체-뛰어난 주행력에 집중… ‘엘란’ ‘에스프리’ 등 출시 모델마다 인기 최근엔 전기차 등 다양한 라인업 구축… 브랜드 첫 SUV, 이달 국내서 선보일 예정
로터스 ‘엘레트라’는 브랜드 75년역사에 처음 등장한 SUV면서 일반 소비자가 살 수 있는 로터스의 첫 전기차기도 하다. 로터스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로터스의 역사는 콜린 채프먼이 1948년에 차고에서 중고차를 개조해 경주차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는 대학에서 구조공학을 전공하고 알루미늄 회사에서 재료에 관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주에서 이길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그가 만든 차가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에 그는 승용차를 경주차로 개조할 수 있는 키트(조립용품 세트)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며 1952년에는 로터스 엔지니어링을 설립해 본격적인 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로터스 차들이 여러 소규모 자동차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채프먼은 1958년부터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포뮬러 원(F1)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0∼70년대가 로터스의 전성기로 컨스트럭터(경주차 제조업체) 챔피언을 일곱 번 차지했고 소속 선수들은 여섯 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공기역학 디자인과 쐐기형 차체 형태, 탄소섬유 차체 구조와 액티브 서스펜션 등 혁신적 기술을 선보이며 경주차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
1982년 채프먼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후 로터스는 방향을 잃고 휘청였다. 소유주가 여러 차례 바뀌다가 2017년 중국 지리가 대주주가 되면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후 2019년 첫선을 보인 순수 전기 스포츠카 에바이어를 시작으로 로터스 라인업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과 설계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전동화 전환과 더불어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스포츠카 세계에서도 틈새 영역이라 할 ‘작고 가볍고 저렴한 차’에 집중했던 과거 행보에서 벗어나야 브랜드가 지속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에바이어로 시작된 로터스의 전기차 출시는 계속되고 있다. 2022년에는 브랜드 첫 SUV인 엘레트라를 선보였다. 이전까지 로터스가 내놓은 차들은 2도어 스포츠카가 대부분이었는데 브랜드 고유의 스포츠카 유전자를 다양한 라이스프타일로 확장하겠다는 로터스의 생각이 엘레트라에 담겨 있다.
엘레트라는 자율주행을 염두에 둔 최신 디지털 기술과 함께 실내는 고급스럽게 꾸민 것은 물론 소비자 취향에 맞춰 실내외 여러 부분을 맞춤 주문할 수 있다. 이전까지 로터스 차들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화려함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엘레트라는 이달 중 우리나라에도 첫선을 보이고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로터스가 최근에 공개한 순수 전기 4도어 GT ‘에메야2’. 로터스는 에메야와 같은 고급 전기차를 앞세워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할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로터스에 따르면 에메야의 최상위 모델에는 두 개의 전기 모터가 설치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8초 만에 가속할 수 있고 최고 속도가 시속 250㎞에 이른다. 또한 350㎾(킬로와트)급 충전기를 연결하면 최적 조건에서 1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아울러 전방 도로 환경을 1초에 1000번 감지하고 분석해 주행 특성을 제어하는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갖춰 장거리 주행에도 탑승자들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로터스는 꾸준히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2024년에는 엘레트라보다 작은 크기의 SUV를 내놓을 예정이고 2025년에는 또 다른 전기 스포츠카를 생산할 계획이다. 40여 년의 부침 끝에 안정을 찾은 로터스가 미래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들을 계속 내놓길 기대해 본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로터스에 열광했던 이유인 운전의 즐거움이 전기차 시대에도 이어진다면 로터스 팬들은 미래에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