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울음에 시상하부서 반응 반복해 들려주면 옥시토신 증가 산후 우울증 개선 약물 개발 기대
새끼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어미의 신경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사용된 실험용 쥐. 위키미디어 제공
새끼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어미 쥐의 신경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끼의 고통을 청각 정보를 통해 인지한 어미가 어떻게 모성행동을 보이는지를 설명하는 뇌 작용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출산 후 우울증을 개선하는 약물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로버트 프롬케 미국 뉴욕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어미 쥐가 새끼 쥐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를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뇌 시상하부에 위치한 신경세포에서 합성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주로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일명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린다. 앞선 연구에선 옥시토신이 동물의 모성 행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일부 확인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다양한 모성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새끼 쥐가 우는 동안 어미 쥐 뇌의 시상하부 부분에서 신경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포착했다. 다만 옥시토신은 즉각적으로 분비되진 않고 새끼 쥐의 울음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은 뒤에야 어미 쥐의 뇌 속에서 증가했다. 새끼 쥐의 고통을 단번에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정보가 축적된 후 호르몬 활동이 일어난 셈이다.
연구팀은 또 옥시토신이 청각 정보에 대한 의식적인 반응을 처리하는 뇌의 주요 부위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대신 감각 정보를 받아들인 뒤 다른 뇌의 부위로 전달하는 시상하부 뒤쪽을 통해 활성화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옥시토신 작용이 시간이 지나도 어미 쥐가 새끼 쥐를 계속해서 보살필 수 있도록 모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모성과 관련한 옥시토신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출산 후 우울증을 겪는 산모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물 개발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성 행동은 아니지만 옥시토신이 동물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는 또 있다. 포르투갈 응용심리대 연구팀은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동료의 고통을 목격한 물고기에게서 옥시토신 분비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물고기도 동료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는 것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