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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전 잇단 왕 서거, 백제의 아픔 치유한 건 금동향로가 뿜은 향기

입력 | 2023-09-22 03:00:00

공주-부여 박물관 특별전



1993년 12월 충남 부여군 능산리의 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국보 ‘백제금동대향로’. 국립부여박물관 제공


523년 5월 7일 백제를 중흥시킨 무령왕(462∼523)이 세상을 떠났다. 뒤이어 왕위에 오른 성왕(?∼554)은 554년 신라와 관산성(현 충북 옥천군)에서 벌어진 전투 중 고립된 아들을 구하러 적진으로 달려가다가 신라 복병에게 기습당해 전사했다. 잇단 두 왕의 죽음 이후에도 백제는 110여 년 더 이어졌다. 위태롭던 백제를 결속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국립공주박물관은 올해 무령왕 1500주기를 맞아 특별전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19일∼12월 10일)를 열고 국보 ‘무령왕 묘지석’ 등 697점을 선보인다. 국립부여박물관은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을 맞아 특별전 ‘백제금동대향로3.0―향을 사르다’(23일∼2024년 2월 12일)를 열고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를 비롯한 유물 30여 점을 전시한다.





● 무령왕의 죽음, 황제처럼 예우하다

공주박물관 특별전 입구는 ‘무령왕 묘지석’이 장식한다. 무령왕의 장례를 주관한 아들 성왕은 묘지석 중앙에 ‘崩(붕)’ 자를 새겼다. 통상 왕의 죽음은 ‘薨(훙)’이라고 기록되지만, 황제의 죽음을 표현하는 글자를 써 아버지를 높인 것이다. 김미경 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무령왕의 장례를 황제의 격식으로 치르며 자신의 위상까지 드높이고자 한 성왕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최고 예우로 치러진 무령왕의 장례엔 유불선(儒佛仙)의 문화가 어우러졌다. 돈 1만 문(文)을 내고 신의 땅을 사들였음을 새긴 무령왕릉 출토 ‘매지권(買地券·국보)’은 도교적인 장례문화에서 비롯됐다. 이 유물 뒷면에 꾸러미로 놓인 채 발견된 중국 화폐는 신의 땅을 산 값을 치른 부장품이다. 왕릉 무덤방을 가득 채운 벽돌엔 활짝 핀 연꽃무늬를 새겨 불교 문화를 반영했다. 삼국을 통틀어 연꽃무늬 벽돌만으로 무덤 내부를 장식한 건 무령왕릉이 유일하다. 유학에 조예가 깊었던 성왕은 ‘3년상’으로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 전시장 중앙에 진열된 무령왕릉 출토 국보 ‘금귀걸이’ ‘금동신발’ 등 부장 유물 10여 점과 ‘나무 널(목관)’은 화려했던 무령왕의 장례를 보여준다. 천장에 설치된 디지털 스크린에선 무령왕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 백제를 지켜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 백제인의 마음, 향으로 치유하다

부여박물관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백제금동대향로는 당대 중국 향로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 61.8cm 크기에 봉황과 연꽃 등 화려한 86개의 도상을 몸체에 장식했다. 6세기 중반∼7세기 초 백제 왕실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나현 부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향로는 6세기 중반 전쟁의 참패와 성왕의 죽음으로 상처 입은 백제인의 아픔을 치유한 문화 통치 도구”라고 설명했다.

전시엔 백제금동대향로뿐 아니라 최근 부여 쌍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토제 손잡이 향로’와 동남리 출토 ‘토제 향로’ 등 향로 유물 30여 점을 선보인다. 6세기 후반∼7세기 초 제작된 토제 향로는 향 문화가 왕실뿐 아니라 백제인의 일상에 뿌리내렸음을 뒷받침한다. 당대 금보다 비쌌던 향료를 백제 왕실이 중국에서 수입해 백성에게 베풀며 향 문화가 전파됐다고 추론한다.

‘향(香)’도 전시의 주인공이다. 전시장엔 삼국시대부터 약재로 쓰였던 ‘침향(沈香)’ 등을 조합한 향을 제작해 비치했다. ‘삼국사기’ 등 문헌에 나온 고대 향료 14가지도 선보여 향을 맡아볼 수 있게 했다. 약초 같은 냄새가 나는 향이 많다.




공주·부여=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