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동결… 코스피 1.75% 하락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히 미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와 유가 상승 등의 리스크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국내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코스피도 급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19, 20일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긴축정책의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위원회는 이달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양적 긴축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는 5.25∼5.50%로,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지난달과 같은 최대 2.0%포인트다.
FOMC 위원들의 연말 최종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6%(5.50∼5.75%)로 6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는 11, 12월 두 차례 남은 FOMC 회의 중 최소 한 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미 연준은 내년 최종 금리 전망치를 5.1%(5.0∼5.25%)로 6월 전망치 4.6%에 비해 0.5%포인트 높게 잡아 5%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美연준, ‘더 높게 더 오래’ 고금리 시사… 한국경제 부담 더 커질듯
내년 최종 금리 5.1%로 제시… 6월 전망치보다 0.5%P 높여
韓, 금리 인하기 부채 늘린 가계 고통
고금리로 소비위축-금융 불안 우려
추경호 “각별한 경계심 갖고 대응”
韓, 금리 인하기 부채 늘린 가계 고통
고금리로 소비위축-금융 불안 우려
추경호 “각별한 경계심 갖고 대응”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美 5%대 고금리 내년 말까지 이어질 듯
연준은 이날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긴축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내비쳤다. 연준은 연내 최종 금리 중간값은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5.6%(5.5∼5.75%)로 제시했지만 내년 최종 금리는 6월 전망치(4.6%)에 비해 0.5%포인트 높은 5.1%(5.0∼5.25%)로 내다봤다. 5%대 고금리가 최소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내년 금리 전망치를 높인 이유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계속 제약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최근의 유가 상승도 우려스러운 리스크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인하할 때가 오면 그때 알게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 가계빚 부담 가중, 경기 회복 타격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기업들의 원리금 부담이 높아지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수요가 줄면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고금리 여파로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전달보다 81.9% 급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긴축 장기화 여파로 국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더뎌질 수 있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한은은 올 2월부터 금리 동결을 유지했는데, 미국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 격차가 2.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올해 강달러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가운데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을 초래하고, 환율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엔 막대한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 우려가 부담이다.
정부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 말 100조 원에 달하는 금융권 예금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고금리 수신 경쟁 자제에 나섰다. 예금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함께 높일 수밖에 없어서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