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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염전노예 일하다 탈출한 노인에…세금독촉장 날아와”

입력 | 2023-09-22 07:26:00

50년간 전남 신안군 염전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는 남성이 받은 세금 체납 독촉장. 보배드림 캡처


전남 신안군에서 50년간 염전 노예로 일하다가 그만둔 60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세금 체납 독촉장이 날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행정 당국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염전 노예 50년 탈출 후 신안군에서 날아온 세금 독촉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50년 동안 신안 염전에서 노예로 살아오셨다는 67세 어르신에게 최근 신안군이 면허세, 주민세 등 세금 독촉장 6장을 보내왔다”며 “이 어르신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고, 노숙 생활을 하다가 이번 태풍 기간에 자·타해 위험이 높아 정신병원에 응급입원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주지 불명 처리됐던 어르신이 이 과정(입원)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되면서 주소지가 되살아나 세금 독촉장이 날아온 것”이라며 “50년간 일하고 1원 한 푼 없이 쫓겨난 사람에게 사과나 보상은 못 해줄지언정 너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에서 세금 징수는 당연하지만 왜 진작 이런 분을 발견해 도와주지 못한 것인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온라인상에 확산하자 신안군은 사실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어르신 A 씨의 체납 규모는 총 6만3860원이었다. 2019년부터 주민세 4건과 면허세 2건을 미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소지 변동 내역도 살펴본 결과 A 씨는 2010년 3월 9일 신안군 안좌면 자라도에 전입해 지난해까지 주소지를 둔 세대주로 확인됐다. 그는 이 기간 갯벌에서 조개와 낙지 등을 잡는 맨손업 면허를 땄다.

이에 A 씨에게 지방세인 주민세 개인분과 등록면허세가 부과됐다. A 씨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이 세금을 납부했으나 2019년부터는 미납해 왔다. 신안군은 A 씨가 세금을 매번 체납한 것은 아닌 데다 관련 독촉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매달 거주지로 발송된다고 설명했다.

A 씨가 과거 염전에서 무일푼으로 일해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근로기준법 위반 내용이 확인될 경우 사업장 고발 등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