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 활용한 수익 창출 부족 "경영 효율화…중장기적 관점서 사업 추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던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제대로 된 사업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22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와 연동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싸이타운’은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카카오의 ‘컬러버스’와 컴투스의 ‘컴투버스’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점 찍었던 회사들이 정작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본격적인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용률도 저조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메타버스 이용률은 4.2%다. 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의 하루 방문객 수가 약 200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회사들이 몸집 줄이기를 선택한 것이다. 메타버스 대중화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전문 기업 컴투버스는 올인원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Com2Verse)’를 정식 출시한 지 약 2달 만에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3개월 급여를 지급하며, 향후 컴투버스 사업의 인원 확대 시 우선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구조조정은 컴투버스 플랫폼의 ‘컨벤션 센터’ 등 주력 기능 개발 및 서비스 인력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이 대상이다. 희망퇴직 대신 컴투스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전적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각 계열사에서 채용 계획에 따라 최대한 우선 검토해 채용할 방침이다.
컴투스는 현재 컴투버스의 플랫폼 매출 성장과 비용 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업적 성과가 기대되는 메타버스 행사 플랫폼 ‘컨벤션 센터’의 주요 인력만 남겨두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컴투스는 “현재 국내외 관련 산업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검토했을 때 앞으로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지속해서 필요하며, 그 때문에 이른 시일 내의 매출 성장 및 비용 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중장기적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컴투버스의 도전은 계속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컴투스는 “미래 메타버스 시장의 확장과 사업 가치 및 성장성, 이를 위한 비전과 지향점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 도래할 거대한 메타버스 시장을 보다 냉정한 시각에서 준비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증손회사로 개방형 3D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컬러버스도 올해 초부터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의 관계사 넵튠이 컬러버스 지분 44.29%를 갖고 있다. 컬러버스의 지난해 영업 적자만 115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미래 사업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점 찍었던 남궁훈 대표가 퇴진하면서 컬러버스의 사업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커뮤니티 모임 ▲스터디 그룹 ▲원격 수업 ▲재택근무 등 다양한 온라인 모임을 즐길 수 있는 사용자 창작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miniverse)’를 자체 개발 중이다. 지난해 신입사원 공개 채용 직무 설명회를 ‘미니버스’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사업 소식은 잠잠하다.
스타트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렇다 할 공지도 없이 서비스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라 홍보하며 가상자산을 발행해 ‘땅(랜드)’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지만, 실질적인 혜택이나 활용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체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원격 교육이나 회의, 재택근무 비중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진 것 같다. 이와 함께 높아진 IT 인건비와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 상황은 사업 추진 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