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대표 등에 칼을 꽂은 30여 명 ‘수박(겉으론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 의원들을 솎아내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무기명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인 22일 ‘개딸(개혁의 딸)’ 등 당 강성 지지층은이 본격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섰다.
이들은 ‘수박인증 홈페이지’를 개설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신상을 올리는가 하면,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 속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박광온 의원 등에 대한 총선 낙선운동도 시작했다. 이들이 벌이는 문자·전화 테러에 비명계 의원실 다수는 전화가 마비됐다.
● 수박인증 사이트 개설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배신자를 색출하자” “수박을 모두 출당시킬 때까지 의원 한 명 한 명을 압박하겠다” 등 격양된 반응의 글이 쏟아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날 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가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건 해당 행위’라고 규정한 뒤로 가뜩이나 흥분한 강성 지지층이 더 자극받은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지지자들이 만든 ‘가결 추정 의원 명단’이 올라왔다. 앞서 7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에 서명했던 비명계 의원 31명이 표적이 돼 ‘체포동의안 찬성 의심 의원 명단’에 올랐다.
최근 강성 친명계 김용민 의원이 제출한 ‘검사 탄핵소추안’의 공동 발의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의원들도 가결 의심자들로 지목됐다.
전날 거센 가결 책임론 속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박광온 의원과 비명계 송갑석, 고민정 최고위원 등도 타깃이 됐다. 당원 청원게시판엔 박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이틀 만에 8500여 명의 당원들이 동의했고, ‘사리사욕으로 내부 총질하는 송 의원에 대한 최고의원 지명 철회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5000여 명이 찬성했다.
가결 의심 의원 명단에 포함된 의원실들은 문자·전화 테러에 고통을 호소했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사무실과 개인 번호로 ‘가결한 것 다 안다’며 육두문자를 하는 전화가 계속 와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의원들 잇따라 ‘부결 인증’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일부 의원들은 ‘부결 인증’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날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재명이네 마을’에는 “살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어기구 인정”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해당 글엔 어 의원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 체포동의안 부결 투표용지 사진이 포함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 지지자가 다짜고짜 ‘어기구 의원처럼 부결한 것을 사진으로 인증하라’고 요구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고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저는 부결표를 던졌다”면서 “그러나 제가 이런 말을 한들 제 말을 믿어주시겠느냐”고 호소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날에도 체포동의안 통과 직후 웃었다는 비판을 받자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웃고 있는) 방송 영상은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이지, 표결 이후의 상황이 아니다”며 해명했다. 전날 원내대변인직에서 물러난 김한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제가 의총에서 부결 주장 발언을 반박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고, 친이낙연계인 이병훈 의원도 “저는 체포동의안 부결에 표를 던졌다”고 해명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