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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6일 영장심사 출석 의지…檢, 1200쪽 의견서 제출

입력 | 2023-09-22 20:21:00


단식 23일째를 맞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서울중앙지법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을 26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단식 중 입원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일단 당일 직접 출석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 수사에 결연히 맞서는 날인데 당사자가 안 갈 수 있겠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했다. 일각에서 입원 중인 이 대표를 대신해 변호인단만 출석하거나, 서류 심사로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대표 측에서 먼저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이 대표의 당일 건강이 마지막 변수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의지와 별개로 의사, 변호사의 판단도 중요하다. 대표의 몸 상태 등에 따라 일정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해 A4용지 1000쪽이 넘는 의견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경우 범죄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 대표는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는다.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맞고 이 대표는 회생 기회를 얻는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검찰과 이 대표 중 한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한 만큼 양측 모두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 李 측 26일 영장실질심사 출석 검토
이 대표 측이 26일 출석을 검토하는 데는 하루라도 빨리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의 후폭풍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지도부가 반쪽이 났다”며 “이 대표가 어차피 법원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빨리 받고 당을 추스르는 데 힘쓰는 게 낫겠다는 판단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 법률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이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증거, 그럴 만한 이유 등이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며 “그나마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인데 이 또한 번복된 것이라 신뢰성이 낮다는 점을 어필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장기 단식으로 몸이 상한 사람이 어떻게 도주할 수 있으며, 설사 몸이 회복되더라도 제1야당 대표가 어디로 도망가겠냐는 상식적인 주장을 펼 것”이라며 “사건 관계자 대다수가 이미 구속된 마당에 무슨 증거를 인멸할 수 있겠냐”고 했다.



● 檢 “李, 4차례 방북 요청 모를 수 없어”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각각 A4용지 400여 쪽, 800여 쪽 분량의 구속 수사에 대한 의견서를 각각 법원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이 대표의 반박을 하나하나 재반박하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경기도가 2019년 5월 “6월 중 편하신 시기에 이 지사(이 대표)의 방북을 요청드린다”며 북측에 보낸 공문도 확보했다. 이처럼 경기도는 바로 다음달 이 대표의 방북을 요청하는 문건을 총 4차례 북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단식 중인 이 대표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심문 당일 프레젠테이션(PPT)은 최대한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재판부에 의견서를 통한 구속 사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심문 자체는 그리 긴 시간 동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영장실질심사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9기)가 맡는다. 유 부장판사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첫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올해 6월 맡아 기각했다. 법원은 유 부장판사의 신변을 우려해 경찰 등 유관기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