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23일째를 맞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다만 이 대표의 당일 건강이 마지막 변수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의지와 별개로 의사, 변호사의 판단도 중요하다. 대표의 몸 상태 등에 따라 일정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해 A4용지 1000쪽이 넘는 의견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경우 범죄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 대표는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는다.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맞고 이 대표는 회생 기회를 얻는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검찰과 이 대표 중 한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한 만큼 양측 모두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 李 측 26일 영장실질심사 출석 검토
이 대표 측이 26일 출석을 검토하는 데는 하루라도 빨리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의 후폭풍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지도부가 반쪽이 났다”며 “이 대표가 어차피 법원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빨리 받고 당을 추스르는 데 힘쓰는 게 낫겠다는 판단도 있다”고 덧붙였다.당 법률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이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증거, 그럴 만한 이유 등이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며 “그나마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인데 이 또한 번복된 것이라 신뢰성이 낮다는 점을 어필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장기 단식으로 몸이 상한 사람이 어떻게 도주할 수 있으며, 설사 몸이 회복되더라도 제1야당 대표가 어디로 도망가겠냐는 상식적인 주장을 펼 것”이라며 “사건 관계자 대다수가 이미 구속된 마당에 무슨 증거를 인멸할 수 있겠냐”고 했다.
● 檢 “李, 4차례 방북 요청 모를 수 없어”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각각 A4용지 400여 쪽, 800여 쪽 분량의 구속 수사에 대한 의견서를 각각 법원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이 대표의 반박을 하나하나 재반박하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단식 중인 이 대표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심문 당일 프레젠테이션(PPT)은 최대한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재판부에 의견서를 통한 구속 사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심문 자체는 그리 긴 시간 동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영장실질심사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9기)가 맡는다. 유 부장판사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첫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올해 6월 맡아 기각했다. 법원은 유 부장판사의 신변을 우려해 경찰 등 유관기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