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금리 16년만에 최고 英 금리 동결, 스웨덴은 0.25%P 올려 日 금융완화 지속-中 금리인하 기조 블룸버그 “달러, 다시 야수로 돌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이른바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정책 기조를 보이자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장기화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40여 년 만의 긴축 사이클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신호에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급등하고 증시는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 세계 중앙은행 “더 높게 더 오래”
미 연준은 20일(현지 시간) 올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0.5%포인트 올려 내년에도 5%대 고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립금리(경제를 과열시키지 않는 금리 균형점)가 상승했을 수 있다”고 발언해 고금리 고착화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 날인 21일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하면서도 “충분히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긴축 장기화를 공식화했다. 이날 스웨덴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이 1.6%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앞서 14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은행(ECB) 총재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우리가 정점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배제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대만 등도 긴축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
● “긴축 장기화에 달러가 야수로 돌변”
내년 상반기(1∼6월)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공식화에 요동치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4∼6월) 전망에서 4분기(10∼12월)로 수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5%를 돌파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20일(―1.5%), 21일(―1.8%) 이틀 연속 떨어졌고, 인공지능(AI)으로 부활을 꿈꿨던 반도체 시장도 겨울이 더 길어질까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AI용 칩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21일 2.89% 하락했고, 최근 5일로 따지면 9.5% 급락했다.
일본과 중국이 ‘긴축 장기화’의 반대 지점에 있는 점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이날 일본은행은 기록적 ‘엔저’ 현상에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엔저로 인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5를 넘어서 6개월 사이 최고치를 넘은 상태다.
부동산 디폴트 위기 속 경기 둔화로 중국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6월과 8월에 인하하며 ‘돈 풀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기록적 수준으로 낮아져 9월 LPR은 동결했지만 추가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 대비 0.27%(6.84포인트) 하락한 2,508.13에 거래를 마쳤다. 미 긴축 장기화 우려로 장 초반 한때 2,500 선을 밑돌았지만 이후 점차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0.39%(3.33포인트) 내린 857.35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36.80으로 전날보다 2.90원(0.22%) 내렸다.
전날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던 국고채 장단기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876%로 전날보다 0.054%포인트 내렸고, 10년물 금리도 4.001%로 0.030%포인트 하락했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930%, 10년물 금리는 4.031%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