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무적권’으로 활동하고 있는 씨엔블루, 엔플라잉 출신 권광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쳐
아이돌 밴드 ‘엔플라잉’ 멤버였던 권광진(31)도 금기를 깬 아이돌 중 한 명입니다. FT아일랜드, 씨엔블루를 배출하며 아이돌 밴드 명가로 불렸던 FNC엔터테인먼트의 기대주 엔플라잉으로 2015년 데뷔한 그는 2018년 팬과의 교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가 팬미팅에서 팬을 성추행했다는 루머가 SNS에 퍼졌습니다. 당시 소속사는 “팬과의 교제가 사실로 확인돼 권광진의 탈퇴를 결정”했고,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추문에 휩싸인 채 팀을 떠났던 권광진이 탈퇴 5년 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당시엔 여자친구의 존재를 떳떳하게 인정하지 못했다”는 그는 열애설 상대였던 팬과 지난해 결혼했습니다. 성추행 루머를 퍼뜨렸던 이들은 2021년 허위사실 유포로 민·형사상 처분을 받았습니다. 탈퇴 후 해병대에 입대한 그는 제대한 뒤 해병대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무적권’을 만들어 ‘군튜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11만 명을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를 <복수자들>이 만났습니다. 아이돌의 연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https://www.youtube.com/watch?v=Py7FeZeKAU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루머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권광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쳐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 아내가 버스 정류장에 제 생일 축하 광고판을 걸었어요. 저도 그걸 보려고 갔다가 현장에 있던 아내와 우연히 마주쳤어요. 광고를 걸고 현장에 와서 챙기는 게 고마워서 제가 번호를 물어봤어요. 예뻐서 반한 것도 있고요(웃음). 연락을 주고받다가 사귀게 됐죠. 교제가 발단이 돼 팀은 탈퇴했지만, 이 친구는 제가 끝까지 책임졌습니다. 지난해 결혼을 했거든요. 처음 팬과 사귄다는 소문이 퍼져서 소속사가 맞느냐고 확인을 했을 때는 “안 사귄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아이돌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사상교육을 연습생 때부터 받아서 저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발동했어요. 결국 교제 사실이 드러나서 소속사가 탈퇴를 결정했죠. 거짓말을 한 건 아직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성추행 의혹도 있었어요. 허위사실 유포자들을 고소했고, 2021년 유포자들이 형사상 처벌, 민사상 배상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아이돌 시절을 통틀어 성추행 루머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제가 하지도 않은 짓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으니까요. 제가 성추행했다는 글을 SNS에 올린 사람이 제 아내와 같이 엔플라잉 팬 활동을 하던 친구였어요. 여자친구가 저와 사귄다고 하니 질투가 났는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지어내서 글을 올렸더라고요. 허위사실이었기 때문에 저는 경찰에 입건조차 되지 않았고요, 저는 처음 글을 올린 사람과 악플러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습니다. 형법상 유죄 판결을 받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물었어요. 4년여 만에 제가 무고하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연습생과 아이돌 생활 12년 동안 늘 발언과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는 권광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쳐
멤버들과 종종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3년 전부터는 연락이 두절됐어요. 회사에서는 저와 멤버들이 교류를 한다는 게 사업적으로 안 좋을 거고, 팬들도 저와 멤버들이 연락하는 것을 싫어해서 자연스럽게 끊겼어요. 제가 탈퇴한 직후에 엔플라잉이 ‘옥탑방’으로 음원차트와 가요 프로그램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위를 해서 정말 기뻤어요. 축하글을 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팬들에게 항의 메시지가 오더라고요. 안 좋은 이유로 탈퇴했으니 더 이상 멤버들과 엮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죠. 그래서 글을 바로 내렸어요.
―멤버들과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을 같이 한 가족 같은 관계였을 텐데요.
초반엔 가족 같은 관계이다가 점점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사내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옳고 그름이 확실한 스타일이고 그걸 가감없이 표현하는 성격이거든요. 어느 순간 제 생각을 드러냈을 때 멤버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렸어요. 그게 팀에게는 좋은 길이니 그랬을 거예요. 그러다보니 저도 제 생각을 숨기고, 멤버들에게도 솔직하게 터놓질 못했어요. 그런 게 쌓이다보니 점점 비즈니스 관계가 돼 갔어요.
―10년 넘게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팬과 사귄다는 이유로 탈퇴를 해야 했어요. 억울하거나 아쉽지는 않나요?
해병대 3년보다 아이돌 1년이 더 힘들다는 권광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쳐
―제대 후 해병대 유튜브 채널 ‘무적권’을 개설했어요. 최근 구독자 11만 명을 넘겼는데, 수익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해병대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해병대 스토어’도 운영하고, 유튜브 활동도 하면서 감사하게도 아이돌 때보다 지금 훨씬 더 많이 돈을 벌고 있어요. 제가 엔플라잉 활동 정산이 되기 전에 탈퇴를 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일을 하면 돈을 받는 구조를 이해한지가 얼마 안 됐어요.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은 어렸을 때부터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교육이 무의식에 흘러들어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오늘 스케줄을 가면서도 얼마를 받는지도 모르고, 콘서트를 해도 수익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모르는 거예요. 너무 어리다보니 돈에 대해 민감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요.
권광진이 해병대 기수 동기 중 1등에 해당하는 ‘무적해병상’을 받는 모습. 권광진 제공
엔플라잉에서 탈퇴했을 때 그 동안 쌓아온 모든 것들이 박살난 상황이었어요. 입대 당시 제 머릿속엔 ‘생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다보니 예전에 추구했던 것들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빈손에서 시작하니 해병대 생활에 더 절실하고 열심히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오롯이 쏟았죠. 군대 생활이 체질에 맞아서 직업군인도 고려했어요. 헬기조종 쪽으로 가려고 교재도 샀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새벽에 제 머리맡에 편지를 두고 나가시더라고요. 헬기 조종은 사고가 나면 무조건 즉사거든요. 위험한 일에 도전한다고 하니 걱정이 되셨는지 그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군인이 되는 대신 군대 콘텐츠를 만드는 일로 만족하고 있어요.
―병역기피로 논란이 된 남자 연예인들도 많습니다. 그런 사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굉장히 안타까워요. 논란이 일었던 분들 대부분 잘 나가다가 한 순간 병역기피로 활동을 못하잖아요. 그런데 군대가 사실 그렇게 안 빡세거든요. 연예계가 훨씬 더 힘듭니다. 제가 해병대 입대 첫날 느낀 게, ‘잠은 재워주네?’였어요. 저는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잠을 많이 자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전 군대에서 오전 5시 반이면 눈이 떠져서 제일 먼저 씻고 자리를 정리했어요. 육체적으로는 해병대가 아이돌보다 더 힘들 순 있지만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면 돼요. 아무리 무거운 걸 메고 훈련을 받아도 정신적으로 힘든 것만 못해요.
해병대 입대 후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됐다는 권광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쳐
―해병대가 여러 모로 삶의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은데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탈퇴 직후에는 성추행 루머를 퍼뜨린 팬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탓했어요. 군대에서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제 부주의로 팀을 탈퇴하게 됐기에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더라고요. 연습을 열심히 안했거나,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행동했던 제 잘못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요즘엔 온라인에 성추행 루머를 올렸던 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까지 들어요. 처음엔 제가 좋아서 팬 활동을 시작했던 분들이잖아요. 제가 성실하게 활동했다면 그 분들이 그러지도 않았을 텐데…. 한때 제 팬이었던 사람들에게 피해보상까지 받고 ‘나도 참 악랄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다 제 잘못이라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됐어요.
권광진 제공.
제 별명이 ‘권하마’에요. 방송 중에 물을 많이 마셔서 구독자 분들이 붙여 주신 별명인데요. 물을 많이 먹는 이유가 혼자서 쉴 새 없이 말을 해서 그래요. 처음 라이브 방송을 할 때는 시청자가 2, 3명밖에 없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몇 시간동안 열심히 떠들던 게 습관이 돼서요. 그런데 전혀 힘들지 않아요. 아이돌 때는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마음대로 발언할 수 없고, 항상 조심해야 했어요. 만들어진 이미지에 갇혀서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제가 원하는 스케줄을 잡잖아요. 무적권 채널도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가고 있고요. 그래서 어떤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