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김사인(1956∼ )
김사인의 이 시도 가을꽃을 제목으로 삼았지만, 사실 우리는 이 시의 주인공이 코스모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진짜 주인공은 코스모스처럼 가볍고 여윈 몸으로 인생을 걸어가는 어떤 사람. 소박하게 빈손이 되어 살았던 어떤 사람이다. 그런 삶이 팍팍하지 않았을 리 없다. 시인은 한마디도 덧붙이지 않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눈물짓는 한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저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던 고향으로 돌아가 위로받고 싶다.
이 시 한 귀퉁이에 고단한, 그리고 고단함을 견디는 우리가 있다. 그러니까 기꺼이 돌아가자. 추석에는, 코스모스의 한 줄기 위로를 찾아서, 가을꽃이 피어 있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