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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 달군 상위 20개 종목은… 1위 에코프로, 2위 제이엘케이

입력 | 2023-09-23 11:04:00

개인투자자는 2차전지, 기관은 의료 AI, 외국인은 반도체 PICK!




2023년 한국 상장사 가운데 에코프로, 제이엘케이, 영풍제지 순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GETTYIMAGES]

올해 들어 9월 21일까지 국내 주식시장 상장사 2391개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2차전지 투자 열풍을 타고 국민주로 부상한 에코프로였다(표1 참조). 9월 21일까지 주가가 842% 상승했다.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시가총액이 1조 원에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에코프로의 상승세는 더욱 돋보인다.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9월 21일 기준 26조 원에 육박해 20개 기업 중 가장 크다.

7월 26일 에코프로는 역대 최고가인 153만9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5.03% 하락한 12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아DB]

두 번째로 많이 오른 종목은 주가가 836% 급등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제이엘케이로 나타났다. 제이엘케이는 2019년 의료 AI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7월에만 주가가 126.3% 급등했다. AI 기반 뇌경색 진단 솔루션 JBS-01K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는 등 사업구조가 개선되는 와중에 AI 열풍이 불면서 수혜를 입었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가 9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에 동행한 사실을 밝히는 등 경영진 또한 주가 부양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올해 주가 상승을 이끈 주도 세력은 개인투자자였다. 주간동아가 1월 2일부터 9월 21일까지 국내 상장사 중 주가 상승률이 높은 상위 2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10개 기업에서 개인투자자가 주요 매수 주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와 의료 AI 테마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반도체·로봇 섹터에서도 개별 기업의 약진이 나타났다. 특히 개인투자자, 기관, 외국인 사이에서 선호도 차이가 뚜렷이 관측됐다.



상반기는 2차전지, 하반기는 의료 AI
상반기 주식시장 주인공이 2차전지주였다면, 하반기에는 의료 AI 기업이 부상했다.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5개가 의료 AI 관련 기업이었다. 하반기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조정 국면이 펼쳐진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수급이 의료 AI주로 쏠리면서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의료 AI 대장주 루닛은 올해 주가가 619% 상승하며 시가총액 2조6000억 원을 넘겼다. 특히 8월 주가가 0.06%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하반기 매달 주가가 상승했다. 루닛은 AI 기반 의료영상 진단 보조 플랫폼을 개발·제공하는 기업이다.

의료용 AI 진단 솔루션 개발 기업 뷰노 역시 주가가 600% 상승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뷰노는 AI를 이용해 심정지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딥카스 등 여러 솔루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뷰노메드 딥카스는 지난해 AI 의료기기 가운데 최초로 비급여 시장에 진입했다. 김두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 기업들의 경우 보험 적용 이후 매년 가속화되는 실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 기업 또한 유사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관련 시장을 금정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뷰노의 만성질환 관리 브랜드 하티브. [뷰노 제공]

다만 의료용 AI 기업의 가치 평가가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제이엘케이 관련 리포트를 내고 있지만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 AI 분야의 경우 규모가 작은 기업이 많고, 기업의 기대수익 예측도 어려운 만큼 가치 평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 AI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공고해지고, 더 나아가 흑자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이 같은 양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제이엘케이는 올 상반기 33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차전지 열풍이 시장을 강타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2차전지로 개편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국내 대표 제지업체 영풍제지가 대표적 예다. 영풍제지는 올해 주가가 8배 상승하면서 코스피 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닥 기업까지 포함해도 국내 상장사 전체 3위다. 영풍제지는 지난해 11월 스테인리스 제조기업 대양금속에 인수된 이래 꾸준히 2차전지 관련 사업 계획을 발표해왔다. 사용후배터리 시험인증업체 ‘시스피아’ 인수 계획을 밝힌 한편, 호주 2차전지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2차전지주로 변신한 제지·LED·해운주
영풍제지만의 얘기가 아니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전문 기업 알에프세미 역시 올해 2차전지 테마주로 재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4월 회사 최대주주가 중국 진평전자로 바뀔 계획임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알에프세미는 5월 ‘배터리 2023’에서 “최대주주에 오르는 진평전자가 최근까지 총 25개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해운기업 STX 역시 비슷한 행보를 밟았다. STX는 올해 STX와 STX그린로지스로 인적분할을 했다. STX가 2차전지 소재 사업 등을 담당하고, STX그린로지스가 물류해운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이들 2차전지주에 대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은 2차전지 사업을 통한 유의미한 실적이 확인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2차전지 테마에 편승해 주가가 상승했을 개연성이 있는 만큼, 테마가 약해지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반도체 기업은 당초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개 기업만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 기업에 든 것이다. 반도체 기업 가운데 주가 상승률이 가장 큰 기업은 반도체 기판 제조 기업 이수페타시스다. 이수페타시스는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생산 기업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반도체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AI 열풍을 주도한 엔비디아에 고다층 메인보드기판(MLB)을 납품하는 사실이 조명받으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 MLB는 PCB를 다수 쌓아 올린 제품으로, 층수가 많을수록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AI 열풍이 불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이 급증하며 MLB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20개社 중 2개, 기대 못 미친 반도체
한미반도체 역시 ‘엔비디아 관련주’로 묶여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한미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작에 쓰이는 TC본더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미반도체는 이달 SK하이닉스와 관련된 수주 계획을 공시하며 ‘엔비디아 생태계’ 일원임을 공고히 했다. 한미반도체는 9월 1일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로부터 415억 원 규모의 HBM 제조용 장비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변운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주 공시로 엔비디아의 GPU 판매 호조는 곧 HBM 수요와 한미반도체 장비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 기업의 순매수 주체는 대부분 개인투자자였다(표2 참조). 이들 기업의 주요 순매수 주체를 분류한 결과 개인투자자가 10개 기업에서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6개)과 기관(4개)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주가 상승률 상위 10개 기업 중 6개에서 개인투자자의 강한 순매수세가 관측되는 등 투자 실적도 양호했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난 기업 가운데 투자자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곳은 STX뿐이었다. NH투자증권 이용자를 기준으로 할 때 영풍제지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이 98.7%로 가장 높았고, 반대로 알에프세미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이 -30.3%로 가장 낮았다(표3 참조).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 기업 중 가장 많은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은 에코프로였다. 개인은 2차전지 관련 기업을 순매수하는 경향이 있었고, 외국인은 반도체 기업을 매수했다. 기관은 의료 AI 기업에 애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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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8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