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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식을 싸게 못 사는 2가지 이유

입력 | 2023-09-24 10:16:00

[돈의 심리] 적정가격 판단 기준 있어야 하고, 아무리 싸도 살 돈 없으면 허사




성투(성공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상품을 싸게 사 비싸게 팔아야 한다. [GETTYIMAGES]

투자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성투’(성공투자)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싸게 사기’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좋지만, 싸게 사서 그냥 보통 가격에 팔아도 수익은 난다. 보통 가격에 사면 비싼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비싼 가격에 사면 훨씬 비싼 가격에 팔아야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바보가 아니다. 비싼 가격에는 사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비싸게 팔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보통 가격에는 팔 수 있다. 한마디로 투자에서 중요한 점은 싸게 사는 것이다. 싸게 사기만 하면 수익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투자의 기본은 ‘싸게 사기’
‘싸게 사서 보통 가격에 팔기.’ 이론적으로 투자는 이렇게 간단한데 왜 실제 투자는 어려울까. 첫째 이유는 사람들은 쌀 때 사지 않기 때문이다. 쌀 때 사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에 싸다는 느낌이 들 때 산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뭔가를 보고 싸다는 느낌이 들 때는 보통 언제일까. 이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일 때 싸다고 생각한다.

A 주식 가격이 과거 5만 원이었다. 그런데 그 주식이 지금 4만 원이다. 20%가 떨어졌다. 그럼 싸다고 생각해서 산다. 5만 원 주식이 3만 원이 되면 40%나 싸졌다. 당장 사야 하는 주식이다. 이전 가격과 비교해 많이 떨어졌으면 싸다고 생각해 산다.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가치법, 원가법, 시장평균법 등이 있다. 가치법은 해당 물건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부동산으로 1년에 300만 원 월세 수입이 들어온다면 그 부동산은 1억 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이때 1년에 3000만 원 월세 수입이면 10억 원 가치가 된다. 부동산뿐 아니라 기업도 이런 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익이 1년에 3억 원이면 그 기업의 가치는 100억 원이다. 이때 이익은 3억 원인데 기업이 80억 원에 거래되면 싼 것이고, 120억 원에 거래되면 비싼 것이다.

원가법은 어떤 상품의 원가에 적정 이익을 붙여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짜장면을 만드는 원가가 6000원일 때 1000원 이익을 붙여 7000원에 판다. 이때 이익을 하나도 붙이지 않고 6000원이나 그 이하 가격에 팔면 싼 가격이고, 이익을 6000원 붙여 1만2000원에 팔면 비싼 가격이다.

시장평균법은 다른 상품들과 유사한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동네 치킨집에서 보통 치킨 한 마리를 2만 원에 판다면 이 가격이 기준이 된다. 다른 가게들이 2만 원에 파는데 어떤 한 가게가 2만5000원에 판매한다면 비싼 가격이고, 1만5000원에 판매한다면 싼 가격이다.

이외에도 가격 산정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식투자법에서 일반적으로 소개되는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 등도 주식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고자 하는 기준들이다. 그런데 어떤 기준에서도 기존 가격보다 가격이 낮아졌다고 해서 싸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없다. 이익에 비해 싼 가격, 장부 가격에 비해 싼 가격, 다른 기업과 비교해 싼 가격 등으로는 평가하지만, 그냥 주식이 과거 가격보다 떨어졌다고 해서 싸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개인투자가는 그런 식으로 판단한다. 5만 원에 거래되던 주식이 3만 원이 되면 싸다고 생각해 구매 버튼을 누른다. 5만 원은 너무 비싼 가격이었고, 3만 원은 그냥 비싼 가격일 수 있다. 이때는 가격이 5만 원에서 3만 원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5만 원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 지금 3만 원도 비싼 가격이라서 보통 가격이 될 때까지 점점 더 내려갈 것이다. 5만 원짜리 주식이 3만 원이 됐다고 해서 싸다고 느끼는 건 인지 오류다. 비싸다, 싸다는 적정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과거 가격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적정가격이다. 투자자는 먼저 투자 상품의 적정가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 적정가격과 현재 시장 가격을 비교해 싸다, 비싸다를 말해야 한다. 그냥 과거 가격을 기준으로 싸다, 비싸다를 판단하는 건 투자 실패의 지름길이다.



정보보다 중요한 투자자금 관리
투자가 어렵고 복잡한 건 적정가격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식 등 투자상품의 적정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어느 것도 진리라고 말할 수 없다. 각각이 다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다. 투자자는 여러 방법 중 자기 나름대로 적정가격을 산정할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PER이든 PBR이든, 이익이든 성장률이든, 자산이든 기술력이든 자기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따라 싼지 비싼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격이 내려가면 싸졌다고 생각하고, 가격이 올라가면 비싸졌다고 생각하는 인지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싸게 사기’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사기’의 어려움 때문이다. 주식이 굉장히 싸면 사야 한다. 그런데 주식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싸도 못 산다. 대다수 사람은 주식이 굉장히 싸졌을 때 그 주식을 살 돈이 없다. 부동산이 굉장히 싸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싸다는 건 아는데 살 돈이 없다. 투자에서 지식, 정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지식, 정보, 지혜가 있어도 투자자금이 없으면 말짱 헛것이다.

1930년대 미국 주식이 90% 폭락한 대공황 시기 벤저민 로스 변호사가 쓴 책 ‘대공황 일기(The Great Depression A Diary)’에는 이런 내용들이 있다.

“주가가 엄청나게 떨어졌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회사의 주가도 굉장히 낮다. 이 주식을 사기만 하면 몇 년 이내에 크게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식을 살 돈이 없다.”

“주식이 굉장히 싸다. 이건 기회다. 지금 주식을 사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주식을 사지 못한다. 주식을 살 돈이 없다.”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져 가격이 싸다는 사실을 몰랐던 게 아니다. 살 돈이 없었던 것이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적잖은 사람이 1997년 외환위기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부자가 됐다. 종합주가지수가 200대까지 떨어진 외환위기 때 주식을 대량 매수해 대기업으로 올라선 투자사도 있고, 주가가 반토막 난 2008년에도 많은 사람이 큰 수익을 올렸다. 그럼 당시 이들만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졌고 이후 반등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현명한 사람들일까. 다른 대다수 사람은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져 비정상적으로 싼 가격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럴 리 있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졌는데, 투자자로서 이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싸다는 건 알지만 살 돈이 없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이미 폭락한 다른 투자상품에 돈이 묶여 있었고, 여유자금이 조금 있는 사람들은 주가가 조금 떨어졌을 때 이미 다 사버린 상태였다. 정말 폭락했을 때는 살 돈이 없었던 것이다. 1997년, 2008년, 2020년 대폭락 때 큰돈을 번 이들은 폭락한 시장이 반등하리라는 걸 예측한 현명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현명한 사람은 굉장히 많았다. 문제는 폭락한 가격에 투자상품을 살 돈이 있느냐 없느냐였다. 돈이 있는 사람은 큰 수익을 얻었고, 돈이 없는 사람은 그냥 손가락을 깨물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냥 기존의 큰 손해가 반등으로 회복되는 것만 위안으로 삼았을 뿐이다.



자금관리의 중요성
투자에 성공하는 가장 기본 방법인 ‘싸게 사기’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싸다는 기준이 뭔지 판단하는 게 어렵고, 또 설령 싸다는 걸 알아도 살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떤 게 싸고 어떤 게 비싼지 판단하는 기준을 만들고 계속 다듬어나가야 한다. 최소한 가격이 떨어지면 싸고, 가격이 오르면 비싸다는 식의 인지 오류는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쌀 때 살 수 있도록 자금관리를 해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실제로 싸게 살 수가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