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선거 '친명 4파전' 구도 확정 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 후보 등록 마쳐 구심점 잃은 비명계…"의미 없는 선거" 불만도
오는 26일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는 비명(비이재명)계 후보자가 없다. 범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후보들만 4명이 나왔고, 이 가운데 출마의 변을 낸 후보들은 ‘이재명 체제’ 수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비명계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을 끌어내며 반란에 성공했지만, 당 주도권은 여전히 친명계가 쥐고 있는 모습이다. 지도부 내 비명계 구심점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송갑석 전 최고위원은 친명계의 책임론 압박에 못 이겨 이미 자진해서 물러났다. 적어도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비명계는 배제됐고, 분열된 당을 봉합하려는 시도는 찾아볼 수 없다. 친명계의 비명계 축출 속에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 굳이 나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게 비명계의 판단이다.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 본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원내대표 선거 후보로 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 의원이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모두 3선 이상 중진 의원이자 범친명계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26일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날이기도 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명계와의 내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친명계의 의중이 읽힌다. 당 봉합보다는 ‘비명계 찍어내기’에 무게를 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후보들은 출마의 변을 통해 민주당과 이재명을 같은 선상에 두고 ‘지키기’를 공언했다.
김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강하고 선명하게 이재명 대표와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당 분열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는 “자세한 것은 내일 친전을 통해 정리하겠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당 봉합이 필요하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후보 등록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명계를 대표하는 후보로 분류된 바 있다. 가장 늦게 선거 후보에 합류한 우 의원 역시 친명계 대표 의원 가운데 한 명이다.
비명계가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을 두고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당초 이원욱 의원이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 의원도 다른 후보와 마찬가지로 3선 중진 의원이고, 앞선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후보군에 포함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지도부 내 비명계의 구심점으로 평가받았던 박 전 원내대표와 송 전 최고위원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부터 계획이 꼬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탈표’ 사태 책임을 이들이 지게 되면서 비명계의 당내 입지가 이전보다 더욱 줄었다는 거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한발 물러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다. 알아서 하면 될 것”이라며 “의미 없는 선거다. 이재명 대표가 다음 원내대표가 누구인지 알지 않겠나”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당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원내대표를 지냈던 우 의원이 다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원내대표 재선에 도전하는 사례는 처음인데 바꿔 말하면 그만큼 당이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당 일각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후보 등록 막판까지 우 의원 추대를 밀어붙였다는 말도 돈다. 비슷한 맥락에서 처음부터 경선을 치를 것이 아니라 한 명의 후보를 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미 3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친 상황이었던 탓에 추대는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립 성향이 짙은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설상가상으로 원내대표 경선에서 감정이 상할 수 있고, 비명계에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출마하면 당이 온전히 돌아가겠나”라며 “이 분위기에서 추대 형식이라면 모를까 경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 선거에서 박 전 원내대표에게 밀려 아쉽게 탈락한 홍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일 수도 있다. 홍 의원과 남 의원, 우 의원이 모두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인 점도 변수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더미래 표가 한쪽으로 몰릴 수 있다”며 “단일화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