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부 공개 최종안 적용 땐 삼성-SK 中생산 ‘현상 유지’만 가능 공정 개선 없인 경쟁력 약화 불보듯 장비수출 통제도 신제품 생산 발목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의 보조금 가드레일(안전조치)에 대한 최종안을 공개한 뒤 한국 반도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 중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공정 개선 없이는 현지 생산시설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공정 업그레이드’에 대한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가 22일(현지 시간) 공개한 보조금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생산능력 제한뿐만 아니라 웨이퍼 투입량 및 클린룸 제한 등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본 뒤에야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첨단 반도체의 경우 보조금을 받은 시점부터 10년간 생산능력 5% 이상 확장, 범용 반도체의 경우 10% 이상 확장을 금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 중인 반도체는 모두 첨단 반도체에 해당한다. 사실상 ‘현상 유지’만 가능해진 셈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첨단반도체 생산시설의 5% 확장 제한은 중국에서의 설비 시설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기존 사업에 곧바로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삼성과 SK의 중국 내 생산제품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와 협의하에 기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는 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00단 이상 낸드 제품을 개발해 내년 양산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장비 수출 통제도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낸드 공장에서 신제품을 생산하려면 장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막은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년간 유예했다. 유예기간이 다음 달 끝나는 상황에서 추가로 연장할지 여부를 두고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유예 조치 연장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군사적 용도가 아닌 상업용 반도체에 대한 수출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